<오후여담>코리아미션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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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2000년대 들어 미국 중앙정보국(CIA) 인터넷 홈페이지에 ‘구인(求人)’ 메시지가 뜨기 시작했다. 대상은 한국어·아랍어 능통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란·이라크·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뒤 중동에서 전쟁을 벌이던 시절이었다. CIA는 2017년 5월 코리아 미션 센터 설립을 발표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해지자 조직 내 모든 인적·물적 자원과 능력, 권한을 통합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장이 만든 것이다. 요원이 400명에 이르는, CIA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큰 조직이다.

폼페이오 국장은 태국 방콕에 본부를 둔 CIA 동남아시아지부를 능수능란하게 운영했다는 한국계 미국인 앤드루 김을 센터장으로 점찍었다. 앤드루 김은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등 관련국 지도자들과도 네트워크가 끈끈했다. 당시 CIA를 떠나 중동 지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상하던 앤드루 김은 센터장 요청을 수락했다. 폼페이오와 앤드루 김은 호흡이 잘 맞았다. 폼페이오가 CIA 국장에서 국무장관으로 옮긴 뒤에도 앤드루 김은 함께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과의 협상을 이어갔다. 앤드루 김은 주한미국대사관에서도 근무했기 때문에 한국 정치인·관료·기업인 등과 교분이 깊다. 센터장이 된 뒤 미국과 한국에서 절반씩 살았다. 그러나 앤드루 김은 가족 부양 때문에 공직에 오래 머물기 어려웠다. 후임자로 한국계를 포함해 몇 사람이 검토됐으나 결국 유럽계 미국인이 선정됐다. 한국과 일본·중국 근무 경험이 없는 인물로 알려졌다.

앤드루 김은 후임자에게 업무를 인계했고, 남·북한의 카운터파트들에게도 소개를 마쳤다. 올해 초 조지프 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퇴임했고, 6·12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협상했던 성 김 주필리핀 대사도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실무 채널을 넘기면서 한국계 3인방이 모두 물러나게 됐다. 셋 모두 미국인이고 미 국민과 정부를 위해 일했지만, 한국말로 소통이 가능한 미 당국자는 한국은 물론 북한 측에도 유용한 존재였다. 앤드루 김의 센터장 임기는 북한과의 협상은 물론 한·미 관계 악화도 막아야 하는 이중고(二重苦) 시기였다는 주변 분석도 있다. 백악관·재무부는 최소한 두 차례 한국 기업·은행을 제재하려 했고, 그때마다 간신히 넘어가게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