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경제정책 대전환, 이젠 결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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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현 연세대 교수·경제학

최근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이 물러나고 후임이 임명됐지만, 시장의 우려대로 회전문식 인사 교체만 이뤄졌을 뿐 청와대의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기존 경제정책 방향은 포용적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미 한국 경제는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2.6%로 예상했고,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3%로 비관적인 전망치를 제시했다. 내년 설비 투자가 둔해지고 건설 투자 증가율은 -3.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 측면에서는 지난 10월 경상수지가 역대 최장 80개월 연속 흑자 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이번 흑자는 반도체 경기의 호조세에 큰 영향을 받았는데, 내년 반도체 시장의 전망은 암울한 상황이다. 또한, 최근 미국과 중국이 G20 정상회담을 통해 잠시 무역전쟁을 멈추고 90일간의 임시 휴전기간을 통해 핵심 쟁점에 대해서 추가 협상을 하게 됐지만, 여전히 미·중 무역전쟁 리스크가 한국 수출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처럼 거시경제 여건이 어려운데 정부의 노동정책은 반대 방향으로 가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의 일환으로 내세운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는 현장 상황과 맞지 않는 탁상행정식 정책이다.

최저임금제의 경우 정부가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 카드를 받지 않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고용 대란 상황에서 최저임금 차등화는 하나의 중재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연령별 차등화도 실시되고 있는 만큼 한국 상황에 맞게 적절히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여야가 현행 탄력근무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쪽으로 합의하면서 개선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노동단체의 강한 반대로 발목이 잡힌 상태다. 업종 특성상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나 수출 관련 기업들은 집중근로가 불가피한데, 탄력근무제 기간을 늘리지 않고 주 52시간 제도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법을 어기는 기업과 경영자들만 양산시킬 뿐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의 한 노동부 장관은 현 정부가 정책에 대해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어설픈 경제논리를 들이밀면서 경제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성장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카풀 서비스가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닥치자 정부는 부랴부랴 사납금 폐지나 택시기사 월급제 전환, 그리고 카풀 횟수 제한 등 또 다른 규제를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신재생 에너지 관련 정책은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탈(脫)원전 정책의 속도를 높이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탈원전의 반대급부로 발생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發電) 증가로 인한 비용 상승과 한국전력의 누적된 적자, 전기요금 현실화 요구 등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국내에서는 원전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탈(脫)원전을 추진하면서 해외에서는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하며 세일즈 하는 것은 사실상 상대국을 기만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이처럼 이미 한국 경제는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여전히 기존 경제정책을 고집하고 있으며,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시장과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각계 인사들의 지적과 충고를 귀담아듣고 시장 친화적인 경제정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