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 폭력에 절도까지… 경로당이 위험하다

관리인·CCTV 없는곳 많아
아무나 들어와 물건 훔치고
노인들에게 행패 부리기도

만취해 상습 난동 60代에
법원 “危害 가했다” 벌금형

경로당에서 술을 마시고 반복해서 행패를 부린 남성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노인정은 특별한 제한 없이 누구나 출입할 수 있어 안전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최지경 판사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한 경로당에서 욕설을 하며 물건을 부순 혐의(재물손괴)로 김모(64)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8월 8일 오후 2시 20분쯤 술에 취한 김 씨가 신발을 신고 경로당 안으로 들어서자 다른 노인들이 “이러면 안 된다”며 나무랐고, 김 씨는 욕을 하며 플라스틱 의자 등을 집어 던져 부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경로당을 자주 찾는 심모(69) 씨는 김 씨가 몇 년 동안 술만 먹으면 행패를 부려왔다고 털어놓았다. 심 씨는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는 건 물론이고 유리를 부수거나, 흙을 노인정 바닥에 뿌리기도 했다”며 “여기 있는 사람들이 견디다 못해 고소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2015년에도 같은 노인정에서 보복 협박을 한 혐의로 징역 8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반복해 이웃 노인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으로 보여 범행 동기가 불량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세대 주택 인근이나 아파트 내에 설치된 경로당은 외부인들이 출입해도 막을 수 있는 관리인이나 잠금장치가 없는 곳이 많다. 주택가에 있는 경로당들은 주민들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기 때문에 외부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한 경로당에서는 몇 년 전 외부인이 들어와 모아놓은 동전을 가져가는 일도 있었다. 아파트 내 경로당들도 관리사무소와 같은 건물에 있지만, 출입에 제한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공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경로당은 외부인 출입 금지라고 문에 붙여놓았지만, 기자가 들어갈 때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아파트 주민 윤모(여·70) 씨는 “누가 찾아와도 이웃이라고 생각하고 별로 경계를 하지 않았고, 아직 외부인이 들어와 폭행하거나 소란을 피운 적은 없었다”면서도 “사람이 적을 때 낯선 사람이 들어와 난동을 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고급 아파트의 경우에는 문제가 덜하겠지만, 다세대주택이나 오래된 아파트의 경로당은 외부인 출입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입구에 CCTV를 설치해 출입자를 철저히 기록할 수 있도록 감시 기능만 확실히 해도 사람들이 조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