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50달러 붕괴…‘글로벌 경기침체’ 경고등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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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14개월만에 49.88달러
성장둔화 인한 수요감소 전망탓

국제금값 올들어 5% 가량 하락
글로벌 제조업PMI 2년來 최악
美·中 경제지표 부진도 잇따라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경제 지표가 동시에 부진해지는 등 세계 경제의 두 축이 모두 흔들리면서,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신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년 1월 인도분 WTI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32달러(2.6%) 하락한 49.88달러에 마감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다. 또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2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0.67달러(1.1%) 하락한 59.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 하락은 공급 과잉에 대한 시장의 우려 탓으로 분석되는데, 공급 과잉 전망이 나오는 이유가 세계 경제성장 둔화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 가능성 때문이다.

원유뿐 아니라 원자재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국제 금값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10.40달러(0.8%) 상승해 1251.80달러를 기록했지만, 올해 전체로 보면 5%가량 떨어졌다. 금값은 4월 중순까지도 1350달러 언저리였다. 또 지난 1월 2일 파운드당 327.80달러였던 구리 가격은 이날 274.35달러를 기록, 올 들어 16.3%나 빠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과 IHS마르키트가 공동 산출하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51.98로 23개월 내 최저치를 찍었다. 특히 제조업과 부동산 지표가 악화하면서 ‘잘 나가던’ 미국 경제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은 12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가 전달 22.3에서 10.9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19개월 만에 최저치이자, 시장전망치인 21.0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미국주택건설업협회(NAHB) 등에 따르면 12월 주택시장지수는 56으로, 2015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10월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99.7을 기록해 석 달 연속 100을 밑돌았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도 부진한 상황이다. 11월 중국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하는 데 그치며 15년 만에 최저 상승률을 보였다. 11월 산업생산도 1년 전보다 5.4% 증가하면서 2008년 11월 이후 최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관별 또는 전문가별로 전망이 다소 엇갈리긴 하지만, 세계 경제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상황이다. 최근 JP모건은 ‘3년 내 미국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80%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뉴스가 지난 9∼12일 미국 성인 900명을 상대로 실시한 공동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3%는 “미국 경제가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성훈·김만용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