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선거개혁 빌미 ‘의원 증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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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제20대 국회는 정치개혁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정개특위는 정치개혁의 핵심을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봤다. 선거제도를 개편하는 것은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중요한 문제다. 그동안 정치권은 국민의 동의를 앞세우고 서로 간의 이해득실을 계산한 논쟁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일부 야당은 단식투쟁도 불사했다. 논란 끝에 여야는 선거제도의 개편에 대한 원론적 합의에 이르렀다.

이번 선거제도 개편 논란의 중심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있다. 이 제도는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로, 총 의석수는 정당득표율로 정해지고 지역구에서 몇 명이 당선됐느냐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조정한다. 우리나라의 현행 선거제도는 1인 2표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분리해 의석을 결정한다. 하지만 연동형에서는 지역구의 당선자 수와 무관하게 전체 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이 제도의 장점은 정당득표율을 최대한 반영함으로써 사표(死票)를 최소화한다는 데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정당득표율이 의석수를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많이 배출하지 못해도 정당에 투표하는 표를 최대한 모으면, 군소 정당이라도 의석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본격 다당제로 국회가 운영될 수 있어 거대 정당에 의한 국회 독점 현상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경우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독일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지금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제도와 연동형이란 점에서 같을 뿐 차이는 있다. 선거제도는 국가의 정치적 상황이나 여건 등을 고려해 결정되는 것이고, 어떤 제도가 최선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대한민국 헌법 제41조 제1항에서는 보통·평등·직접·비밀 등 선거 원칙에 따라 국회의원을 선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제3항에서는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구와 전국을 대상으로 한 비례대표제의 두 가지 방식을 채택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 제17대 총선부터 1인 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와 별도로 정당에 대해 투표하고, 정당은 전국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는다. 헌법은 선거구와 비례대표제라는 2개의 방법을 명문화하고 있는데, 의석 배분을 각각 별개로 할 것을 명시하지 않는 한 연동형으로 하든 혼합형으로 하든 위헌이라 보긴 어려울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를 도입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국회의원의 수다. 헌법 제41조 2항은 국회의원의 수와 관련,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 국회의원 수의 하한선만 정하고 있어서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증원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비록 헌법이 상한선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200인 이상을 명시함으로써 300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논의하면서 증원을 고려하는 것은 헌법과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범위 내에서 비례대표제를 비롯한 선거제도를 논의하는 것이 합헌적이며 합리적이다. 이와 함께 정치적 이해와 무관한 선거구를 획정하기 위해 독립된 기구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