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본사 설득해 퀸 노래에 한글 자막 붙이고 포스터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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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경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상무가 밝힌 ‘보랩’ 마케팅

가수 이하이·이상민 내세워
홍보영상 내보내 관객과 소통
폭스 회장이 축하메시지 보내

“본사에 요구해 퀸 노래에 자막을 붙였고, 포스터도 새로 골랐어요.”

김성경(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상무는 전설의 록밴드 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흥행 성공의 바탕이 된 마케팅 뒷얘기를 공개했다. 지난 10월 31일 개봉한 이 영화는 18일까지 810만835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의 누적 매출액(16일 현재 6113만9078달러)은 퀸의 본고장인 영국(5863만4904달러)을 뛰어넘는 전 세계 2위(1위 미국 1억8061만2379달러) 기록이다. 김 상무는 1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규모로 비교하면 전 세계 최고 흥행”이라며 “미국에서는 ‘미션 임파서블:폴아웃’과 ‘블랙 팬서’가 ‘보헤미안 랩소디’의 2배를 벌었지만 국내에서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두 영화를 눌렀다”고 설명했다.

이십세기폭스는 마케팅 전략과 포스터 등 선재물(홍보를 위해 제작되는 광고물)을 본사에서 결정해 각 나라 지사에 내린다. ‘보헤미안 랩소디’에 대해서는 노래 몰입을 방해하는 가사 번역을 붙이지 말라는 자막 가이드라인과 함께 100여 개 중에서 고른 1개의 포스터를 내려보냈다. 하지만 김 상무는 본사를 설득해 모든 노래에 한글 자막을 붙였고, 인물이 돋보이는 포스터로 교체했다. 그는 “본사에서 드라마 흐름에 이해를 돕는 일부 가사 외에는 자막 없이 노래를 내보내라고 했지만 한국 관객에게는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가며 프레디 머큐리의 감정 변화를 설명해주는 가사 내용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다행히 전 세계 마케팅 담당자들이 참가하는 회의에서 자막 등 후반 작업을 총괄하는 본사 책임자와 식사할 기회가 생겨 적극적으로 설득해 허락을 받아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자막을 통해 영화 내용이 절절하게 전달됐고, 특히 라이브 에이드 장면에서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인물의 정서가 담긴 포스터를 새로 골라 배우 소속사, 제작사, 감독 등의 허락을 받아 한국에서만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본사에서 꼽은 이 영화의 전 세계 흥행 예상 순위 중 한국은 10위권 밖이었다. 이에 대해 김 상무는 “영화 기획 단계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단어의 인지도를 조사했는데 ‘노래 제목’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영국과 유럽은 30%대로 나왔지만 한국은 9%였다”며 “더욱이 퀸의 노래로 기억하는 한국 응답자는 1%였고, 주연 배우 인지도도 낮아 한국에서의 흥행은 기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가수 이상민과 이하이를 내세워 홍보영상과 퀸 커버송을 내보내며 젊은 관객과 소통했고, 본사에 싱얼롱 버전을 신청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폈다. 그는 “본사 마케팅 책임자가 ‘평생 이런 경우는 처음 경험한다’며 ‘기적’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스테이시 스나이더 폭스 회장과 브라이언 메이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줬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