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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오승훈 국차장겸 경제산업부장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19일(水)
경제활력 成敗, 노동개혁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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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文대통령, 수용성·自省 언급
벼랑 끝 경제 현실 直視로 이해
편가르기와 모순 정책 바꿔야

노동생산성이 경제약화 주범
포용 국가 경쟁력에도 핵심
정책 균형 회복이 脫위기 해법


얼마 전 세계은행(WB)이 발표한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2019’에서 한국이 평가대상 190개국 중 5위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적잖이 논란이 됐다. 2018년을 평가한 것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선 3위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기업들이 힘들다는 볼멘소리와는 다르게 한국의 기업환경은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평가의 의미를 자세히 전하진 않았다. 이 지표는 각국 변호사, 회계사 대상 설문조사 등을 통해 기업 관련 제도의 법적 안정성을 따지는 게 중점이다. 한국은 법적 분쟁해결(2위), 전기공급(2위)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재산권등록(40위)과 자금조달(60위) 등은 절차 합리성이나 법령 통합 정비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것만으로 기업환경을 따지는 건 분명히 한계가 있고, 기획재정부도 “노동, 교육, 규제 등의 영역은 평가하지 못한다”고 시인한 자료였다. 이를 알면서도, 기업들의 한탄을 ‘엄살’로 치부하려 이 지표를 인용한 것이다. 필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전환 요구가 잇따르는 데 대한 맞불 차원이었을 것이다.

노동계가 또다시 ‘우회전’ 논란에 불을 지피는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연이틀, 취임 후 지난 1년 6개월과는 전혀 결이 다른 메시지를 발신했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밝히는 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선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공감이 중요하다”고 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보고에선 “산업정책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에 뼈아픈 자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포용국가’라는 비전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가겠다는 뜻도 밝혔으니, 그게 대전환 결행의 신호일지는 더 두고 봐야 할 터다. 다만, ‘수용성’과 ‘자성’이라는 두 단어에는 설익었지만, 기대를 하게 된다.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기업과 경제를, 국정 최고책임자가 이제는 엄살이 아닌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다. 거기에 진정성이 있다면 앞으로 풀어가야 할 의제도 분명해서다. 시장과 정부, 기업과 근로자의 편을 가르는 이분법적이고 상호 모순적인 정책을 추진하면서 갈등과 부작용을 낳았던 게 자성이 필요한 지점이다. 성장과 분배의 정상적인 정책적 결합, 기업정책과 노동정책 간에 균형성을 얘기할 여지가 수용성의 지평이다.

그런 측면에서 일련의 변화는 초점이 제대로 맞춰져야 한다. 경제계가 바라는 정책 기조 전환은 무조건 친(親) 노동 대신 친기업을 하라는 게 아니다. 우리의 경제 역량을 약화하는 주범은 거두절미, 노동생산성이다. 기술과 인력, 사회제도가 관건인 문제다. 이는 기업만이 아니라, 정부가 주창하는 포용성장에도 핵심적인 과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포용적 발전지수(IDI)는 경제성장률만으로는 실제적인 경제 여건을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수준을 보여주기 위해 고안해낸 지표다. 지난해 평가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선진국 29곳 가운데 전년보다 2단계 하락한 16위였다. 세부항목 중 노동생산성은 24위였다. 타 부문보다 노동생산성이 우리 경제의 역량을 갉아먹은 셈이다.

경제성장과 노사관계 발전은 보조를 맞춰 굴러가야 하는 두 바퀴 같다. 이것이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지난 10월 WEF가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140개국 중 15위였다. 한국의 강점은 ICT 보급과 거시경제 안정성(이상 1위)이다. 인프라도 6위였다. 반면 WEF는 독과점과 노동시장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이 평가를 가타부타 없이 받아들인다 치면, 정부는 독과점의 수준(93위)을 개선하는 공정거래 확립에는 연중 반(反) 시장·기업 정책을 몰아붙이며 이미 많은 공을 들였다. 노동자 권리(108위)도 높이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로드맵까지 짜놨다. 하지만 노사협력(124위)의 개선은 노동계의 위세에 눌려 지지부진하고, 정리해고 비용(114위)에 대한 해결 노력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 정책 불균형이 편향된 사회적 인식을 낳고 경제활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함께 갈 수 있다”고 되뇌는 녹음기를 꺼야 한다. ‘촛불 진영’은 “정부가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노동계로 돌린다”고 반발하며 깃발을 든 상황이다. 또 그 수작(酬酌)에 휘둘리면 도루묵이다. 모든 게 노동 개혁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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