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 사고>“安全한 나라” 외치더니… 농어촌 민박·펜션 묵기도 ‘不安’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원인은… 1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관계자 등이 사상자 10명이 발생한 강원 강릉시 펜션 2층 발코니에서 가스보일러 연통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2만1701곳 전수조사결과
무단 용도변경 등 5772건 不法
소화기· 화재감지기 설치한 뒤
지자체 신고만 하면 영업 가능
가스경보기 설치의무 규정 없어

사망 3명 등 10명의 사상자를 낸 강원 강릉시의 펜션은 2014년 여인숙으로 영업을 시작했지만 폐업했다가 지난 7월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는 농어촌민박으로 전환해 개업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농어촌민박은 일반 숙박업과 달리 신고제로 운영돼 다른 숙박업에 비해 운영은 쉽지만 안전 관리 감독은 허술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농어촌민박의 경우 전체면적 230㎡ 미만 주택에 소화기와 단독 화재경보기 등 간단한 소방시설만 갖추고 신고만 하면 누구나 영업을 할 수 있어 소방 안전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내년 2월 25일까지 하기로 했던 농어촌민박 안점 점검을 내년 1월 말까지 한 달 앞당겨 완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안전불감증’ ‘사후약방문’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사고가 난 강릉 펜션은 전체면적 228㎡에 소화기와 단독 화재경보기를 설치해 소방점검 기준을 충족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번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가 아직 법제화돼 있지 않아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강릉시 관계자는 “해당 시설이 올해 펜션 영업을 시작할 때 소방시설은 점검했지만, 가스는 지방자치단체 점검사항이 아니어서 별도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농어촌민박 운영이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점을 이용해 상당수는 불법 증축과 무단 용도변경을 하는가 하면 실거주 요건도 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감시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실시한 전국 농어촌민박사업 전수조사(2만1701개소) 분석 결과 4개 민박 중 1개꼴인 5772건(26.6%)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경남도에서 1215건의 법률 위반을 적발했고 강원도(813건)가 뒤를 이었다. 강원도의 경우 올해 6월 발표한 농어촌민박 운영 및 관리실태 감사 결과, 18개 시·군 중 강릉, 춘천, 원주, 동해, 삼척, 태백 등 15개 시·군이 농어촌민박사업자 지정 및 점검, 소방시설 점검 소홀 등으로 주의·시정조치를 받았다. 지자체 차원의 사후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발 사례를 보면 신고와 다르게 불법 증축한 사실을 몰랐거나 6개월에 1회 이상 하게 돼 있는 농어촌민박의 규모, 위생, 소방안전 및 시설기준 점검의무를 미이행한 사례가 다수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가스보일러 사고는 모두 23건이다. 이로 인해 14명이 숨지고 35명이 다치는 등 모두 4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강릉 사고와 유사하게 보일러 배기통 이탈 등이 원인이 돼 중독 사고로 이어진 경우가 전체의 74%(17건)를 차지한다. 지난해 12월 5일 대구 동구의 한 빌라에서는 가스보일러 배기통이 이탈돼 일가족 3명 중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있었다.

강릉 = 이성현 기자 su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