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자본·인재 해외로… 해외로… 암울한 ‘썰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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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7곳 최근 7년 분석

국내서 일자리 1개 늘릴동안
해외에선 7개나 새로 만들어

기업 해외투자 3055억달러
국내 외국인투자의 2배 수준

“각종 규제 탓 기업환경 열악
투자유출·내수침체 악순환”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지난 7년간 국내에서 일자리를 1개 늘릴 때 해외에서는 7개 더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기업이 새로 만든 일자리 20여만 개 중 약 85%는 해외에 집중돼 ‘질 좋은 일자리’가 나라 밖으로 떠나가는 양상이다. 일자리와 투자에 이어 소비까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자칫 한국 경제가 ‘썰물 경제’ 위기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화일보가 19일 국내 주요 대기업 7곳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이들 기업의 국내 인력은 11.2% 증가한 반면 해외 인력은 75.6% 늘어났다. 지난 7년간 이들 기업이 만든 일자리 19만3446개 중에서 해외 일자리는 84.9%에 달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현 정권이 들어선 지난해에도 이들 기업은 국내 일자리를 6000개 늘릴 때 해외에선 두 배에 육박하는 1만1080개를 더 만들었다. 7개 기업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오른 국내 기업 중에서 고용 인원을 공개한 곳이다. 단 지주사와 공기업은 제외됐다.

개별 기업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국내 인력은 2010년에서 2017년까지 796명(0.8%) 늘어난 반면 해외 인력은 같은 기간 12만9411명(135.6%) 증가했다. 현대차도 국내 인력은 같은 기간 1만2415명(22.0%) 증가한 데 반해 해외 인력은 2만9617명(124.8%) 늘어났다. 고용 인원이 10만 명이 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모두 해외에서만 일자리를 급격하게 늘린 것이다. 해외 인력이 줄어든 LG전자 외에 현대모비스, 삼성물산, 기아차, LG디스플레이도 같은 기간 해외 인력을 각각 156.8%, 113.2%, 50.9%, 28.9% 늘렸다.

자본도 빠져나가는 추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광업 제외)은 3055억 달러(약 334조 원)다.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직접투자(1506억 달러)의 약 2배다. 직접투자 순유출에 따라 국내 산업 전체의 직·간접 일자리 유출은 연간 12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접투자 순유출은 우리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에서 외국인직접투자액을 뺀 수치다.

이 같은 해외투자 추이는 고정비용에 민감한 중소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의 해외투자는 2013년 27억7793만 달러에서 2017년 74억348만 달러로 266.5% 급증했다. 이는 대기업의 해외투자가 같은 기간 39.3%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사업 강화도 원인이기는 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달리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 등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신사업을 확장하기엔 까다로운 국내 기업 환경 탓이 크다”며 “투자가 빠져나간 만큼 국내로 유입되진 않은 와중에 가계 부채 등은 늘어나 고용 등 내수 경기가 침체되는 악순환 구조”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