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철도 ‘가짜 착공식’에 血稅 7억 쓰겠다는 文정부

정부가 오는 26일 북측 지역인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상징하는 행사를 갖겠다고 한다. 착공식인지 착수식인지 모호하지만, 행사 비용으로 7억200만 원을 편성한 것으로 봐서 요란한 쇼를 진행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에 철도·도로 사업을 명시했고, 9·19 평양선언에선 ‘금년 내 착공식’을 못 박았는데, 그 이행 의지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명칭이 무엇이든 공사를 시작할 준비는 전혀 돼 있지 않음을 정부도 인정한다. 문 대통령도 지난 1일 “착공을 한다면 제재 저촉 소지가 있어 일을 시작한다는 의미의 착수식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것도 미국과 충분히 협의해 보려 한다”고 했다.

결국 실제 공사 개시와는 무관한 ‘가짜 착공식’이다. 착공은 말 그대로 공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그에 앞서 타당성 조사, 기본 설계, 실시 설계, 예산 편성, 시공자 결정 등이 완료돼야 한다. 유엔 제재 예외 인정은 물론 국회 동의도 필요할 것이다. 착수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남북 합의 중에 지켜지지 않은 것도 많다. 김정은 답방,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설치 및 화상 상봉 등도 진전이 없다. 굳이 착공식 연내 개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북측이 ‘가짜 행사’를 환영할지도 의문이다. 문 정부의 국내용 이벤트 의구심까지 든다.

굳이 그런 행사를 해야 한다면, 상징적 수준에서 조촐하게 해야 한다. 내년 예산에만 남북협력기금을 1조 원 이상 편성했으니, 7억 원쯤은 푼돈처럼 지출해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국민의 혈세(血稅)다. 개성 연락사무소 개·보수에 97억8000만 원을 쏟아부어 논란이 일었던 게 얼마 전이다. 허울뿐인 쇼를 하겠다는 것도, 세금을 펑펑 쓰겠다는 것도 모두 심각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