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번엔 이강래 非違 감찰 보고서, 靑 대응 의문투성이다

우윤근 주(駐)러시아 대사의 금품 수수 의혹 ‘감찰 보고서’ 파문에 이어 이번엔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의 비위(非違) 의혹을 담은 것이 나왔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10월 말 또는 11월 초에 조사·보고한 것이라고 하는데, 구체적 내용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겠지만 상식 차원에서만 보더라도 비리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의혹 시리즈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청와대 ‘윗선’이 특감반 보고를 받거나 인지하고도 뭉갠 정황이 비치는 것도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여기다 청와대의 공식·비공식 대응을 봐도 말을 바꾸거나 억지·일방 논리를 동원하는 등 의문투성이다.

청와대 전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이 작성했다는 이 사장 관련 보고서는, 김 수사관 개인 비위 논란이나 보고 시점·형식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비리 커넥션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김 수사관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청년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추진하는 ‘ex-cafe’ 사업과 관련, 우제창 전 의원이 운영하는 커피 기계 및 원두 공급회사에 이 사장이 특혜를 주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한다. 이 사장은 2009년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를, 우 전 의원은 원내대변인을 역임할 정도로 친분이 있다. 김 수사관은 지난 10월 22일 지역 휴게소를 찾아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이런 특혜의 상당 부분이 사실일 개연성을 확인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청년 일자리 사업에 대한 배신도 된다. 도로공사 측은 이런 카페를 전국 100여 곳의 휴게소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 수사관은 이 사실을 확인한 2∼3일 뒤 감찰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검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측은 “김 수사관이 지난달 5일 업무 배제 직전에 선임행정관 책상에 보고서를 두고 가버려 검토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수사관은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청와대 말이 맞더라도 이 정도 사안을 방치한 것은 정상이 아니다. 김 수사관은 “친여 고위 인사에 대한 민감한 보고서를 작성했다가 청와대로부터 쫓겨났다” “좋지 않은 시선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이런 모든 의문들이 투명하게 규명돼야 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주장 자체에도 허점이 많지만, 전 정권 비위 의혹은 이 잡듯 철저히 뒤지면서 여권 비위 의혹을 뭉개는 것은 무슨 ‘유전자’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