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중국 2025’ 넘을 산업정책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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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17일 통일, 외교, 국방, 법무부 장관을 제외한 모든 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확대경제장관회의가 열렸다. 청와대가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비상하게 다루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인데, 가장 중요한 내용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내용이었다.

경제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이 다소 달라진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세 가지가 아쉽다. 첫째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국가안보만큼 중요한 것이 국민의 경제적인 삶이다. 경제정책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제의 미래 상황을 더욱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지, 현재 경제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처 방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생활물가는 오히려 올라가는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의 경제 정책들이 뒷북이라는 평가를 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둘째는 청와대와 정부가 준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경쟁자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 현재 한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경쟁자는 한국의 대기업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력 질주하고 있는 중국 정부다. 정부의 경제 정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한국 정부가 과연 중국 정부를 이길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중국 정부는 주요 첨단산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중국제조 2025’라는 명확한 전략을 수립했다. 독일 정부가 수립했던 미래 성장 전략인 ‘인더스트리 4.0’을 벤치마킹해 준비한 이 전략의 핵심은 2025년까지 중국을 ‘제조업의 세계 최강 국가’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구체적인 목표를 살펴보면 2020년까지 주요 핵심 부품을 40%까지 국산화하고, 2025년에는 70% 수준까지 달성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산업별 정책으로는 반도체·정보기술(IT), 항공우주, 해양공학, 등을 10대 전략 육성 산업으로 선정했다. 국가 간 경쟁 관점에서는 2035년에 독일과 일본을 이기고 2049년 미국을 이긴다는 명확한 목표이다. 정책 대안으로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활용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민간기업이 10대 주요 산업에 투자하면,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이 최대 80%까지 투자자금을 지원한다.

중국의 이런 정책들 때문에 최근 미국 정부 역시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매우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구성하는 주요 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하는 문제점은 바로 이런 중국 정부를 어떻게 이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셋째, 경제에 대한 거시지표를 과신하면 안 된다. 창의적인 경제정책이 필요한 대상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아니라, 취약 계층이다. 삼성전자는 정부가 실효성 없는 규제정책으로 간섭만 하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얼마든지 춤을 출 수 있는 기업이다. 오히려 정부의 경제정책이 간절하게 필요한 대상은 통계지표에도 잡히지 않는 극빈층들이다. 현 정부가 출범하고 난 이후에 경제적으로 삶이 어려워진 대표적인 그룹이 바로 이들이다. 극빈층이 따뜻한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고, 더욱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 시급하다. 한국의 대기업들과는 달리 극빈층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정부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