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여전히 비상구 막힌 학생安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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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사회부 부장

지난 18일 강릉 펜션 고교생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 11일 전 교육부는 자료 하나를 발표했다. ‘더 안전한 학교를 위한 예방활동에 최선’이란 제목이 붙은 제2차 학교안전사고 예방 기본계획. 내년부터 2021년까지 유·초·중등학교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했다는 내용이다. 자료의 여운이 식기도 전에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으니 취지가 무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주된 대책은 학교현장에서 많이 거론됐던 낡은 교실의 석면 피해, 포항 지진 이후 부각된 지진 피해, 화재 대비, 생존 수영 등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트라우마가 여전한 수학 여행 부문도 원칙적으로 소규모·테마형으로만 추진하기로 했다. 교육현장에서 거론됐던 대입수학능력시험(수능) 후 50여 일간의 학사 공백 기간에 따른 대책, 개인체험활동 등에 따른 사고 경계 가능성은 없었다. 대책이 나오자마자 벼락 때리듯 사고가 터졌으니 정책 담당자들은 누구보다 당황스러울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유독가스가 이번엔 겨우 입시지옥에서 벗어난 소중한 젊은 꿈들을 옥죌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19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체험활동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청했고, 심지어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고 해서 숙소에 있었습니다. 펜션조차도 문제가 될 만한 장소가 아니라 멀쩡한 펜션을 예약해서 투숙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황망한 결과가 나왔습니다”라고 한탄(恨歎)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체험활동의 승인 권한이 교육 당국에 있고, 펜션의 가스보일러를 ‘무자격’ 업자가 시공한 정황이 드러나 재차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하면 당국이나 기성세대 모두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 당국은 사고가 발생하자, 단기대책으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체험활동은 허락하지 않고 학사 공백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미 매뉴얼은 있었다. 수학 여행 등 현장체험학습 때는 사전 준비단계로 적정인솔자 확보, 학생 상황 파악, 차량 탑승지도, 현장 상황 대처 등을 적용해 학생 지도·안전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잘 지켜지지 않았을 뿐이다. 교원단체가 현장체험학습 운영에 대한 교원들의 우려가 커 상황별 대처 매뉴얼을 재정비하기도 했다. 강릉 사고가 수학 여행은 아니었고 부모 동의가 있으면 할 수 있도록 했지만, 동행 의무는 없었다. 그런 면에서 본질은 다를 게 없다. 교육 당국이 추가로 내놓을 대책도 아마 기존 매뉴얼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고교생 52명이 불에 타거나 연기에 질식해 숨진 전대미문의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고가 내년이면 벌써 20년을 맞는다. 별도의 비상계단도 없던 좁은 실내에서 생때같은 젊음이 뒤엉켜 숨진 이 사고는 화재예방소홀, 관리·단속 미비, 경찰 유착, 주인의 무책임한 태도가 얽힌 인재였다.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절벽·피로사회’가 누적되는 마당에 자기결정권이 약한 아이·청년의 안전조차 심대하게 위협받는 현실이 더는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사회의 선진척도는 시스템과 의식의 제고다. 교육 당국이 앞장서 학생 안전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모두를 포용하는 사회, 미래를 열어가는 교육’이란 2019년 업무 캐치프레이즈 역시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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