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김규식 ‘1919년 佛 고별연설’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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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불 사학자 신문기사 발굴 소개
식민지 한탄과 日지배 울분 담겨

대한민국 임시정부 프랑스 파리위원부 대표를 지낸 김규식(사진)이 파리를 떠나기 전 식민지 상황의 위법성을 호소한 연설문이 한 재불 독립운동사학자에 의해 세상에 공개됐다.

23일 재불 사학자 이장규 씨에 따르면 프랑스 일간 ‘라 랑테른(La Lanterne)’은 1919년 8월 8일자 신문의 ‘뒤파얄에서의 한국 : 정말 아시아의 알자스로렌이 존재하는가’ 기사에서 김규식이 파리외신기자클럽 연회 겸 자신의 환송연에서 한 연설을 소개했다. 당시 김규식은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영문학 석사를 마치고 귀국해 독립운동을 하다가 파리평화회의 한국대표로 발탁돼 3·1운동 직후인 1919년 3월 파리에 도착해 활동하고 있었으며 이승만의 초청으로 다시 미국행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연설을 통해 “사실 여기 모인 사람 중에 누가 옛날 선원들이 섬으로만 알았던 머나먼 한국을 걱정하겠습니까. 거의 없을 겁니다. 있다면 아마 한국의 매력적인 수도이고 세상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서울에 직접 가볼 만큼의 호기심을 가졌던 루이 마랑 씨밖에 없겠지요”라고 밝혔다. 루이 마랑은 당시 프랑스 국회의원이었으며 2년 뒤 ‘한국친우회’를 만들어 한국의 독립운동을 도왔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당시 연회에는 루이 마랑을 포함해 중국 베이징(北京)대 교수 이유잉과 전 러시아 국회의장 미노르, 민족자결주의를 강조한 미국인 기번 씨 등 60여 명의 인사가 참여했다.

김규식은 연설 곳곳에서 식민지 상황을 한탄하고 일본의 무자비한 지배에 대한 울분을 표출했다. 그는 “4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고 독립국가로 존재했다가 지금 일본의 속박 아래 꼼짝 못 하고 떨고 있는 2000만 영혼의 간청에도 성의 있게 답하지 않는, 정의와 사상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프랑스에 그는 경악했다”고 지적했다. 기사를 쓴 ‘외디프(오이디푸스)’란 필명의 기자 또한 일본이 한국을 침탈한 것을 과거 독일이 알자스로렌을 강제병합한 역사적 사실에 빗대어 일본의 지배를 비판하며 “파리평화회의의 한국대표단장은 이런 무관심에 대해 성토했다”고 기록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