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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24일(月)
아파트 고용市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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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한국의 아파트를 두고 “각각의 아파트단지마다 하나의 소우주가 존재한다”고 평했다. 주민을 중심으로 경비·청소원, 상인, 배달원 등이 궤도를 따라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단지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비슷한 사람들이 배치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교적 동질적인 삶의 공동체를 꾸려간다.

그런 공간에서 주민 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경비원을 내보내느냐, 두느냐를 두고 벌이는 갈등이다. 합의를 못 본 채 표 대결로 가는 일이 잦고, 결과 또한 각각이다. 울산 중구의 한 아파트단지는 투표를 거쳐 경비원 30명 중 22명을 내보내기로 한 반면, 인근 다른 아파트에선 감원 없이 임금을 5% 올리는 안에 주민 73%가 찬성했다. 소득주도 성장을 이끈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서울 송파구 아파트도 지난 9월 경비원 52명을 감축하는 안을 투표에 부쳤다. 찬성(599가구)이 반대(451가구)보다 많았으나, 전체 거주 가구의 과반이 안 돼 부결됐다.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는 근무시간을 32% 줄이면서 월급도 185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내리자 경비원 110명 중 98명이 견디지 못하고 일터를 떠났다.

최저임금이 16.4% 오른 올해 음식·숙박업 근로자, 편의점 알바 등이 대거 일자리를 잃는 고용참사가 벌어졌다. 산업현장뿐 아니라 주거공간인 아파트단지까지 그 불똥이 튀었다. 이미 1년 전 노동계는 전국 아파트 경비원 18만 명의 5.9%인 1만715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산했다. 최저임금 폭탄을 맞은 아파트단지들은 올해 무급 휴게시간을 대폭 늘리는 식으로 해고를 가능한 한 줄였지만, 내년 또 10.9% 고율 인상을 앞두곤 더 피해갈 도리가 없다.

아파트 고용시장(市場)에서 노사관계는 독특하다. 밖에서 주로 노(勞) 신분인 주민이 사(使)가 된다. 갑질도 드물지 않다. 경비원은 방범·안전이 주무지만, 택배·분리수거·주차관리를 돕기도 한다. 단지 내 어린이를 손주처럼 챙겨주는 건 무인경비시스템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경비원 상당수가 쫓겨나거나 임금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경비원을 감원 없이 품에 안은 아파트단지 입주민 중에는 최저임금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과속 책임을 애먼 시민에게 지우는 셈이다. ‘포용국가’를 내세운 정부에서 벌어지는 스산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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