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공항 갑질·거짓말 논란 ‘등 떠밀린 사과’로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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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는 직원에게 ‘갑질’을 했다는 비판을 받은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만인 25일 공식 사과했지만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CCTV 등을 확인해 진상을 소상히 밝히고 그에 걸맞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26일 “사과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며 “20일 공항에서 논란이 생긴 뒤 곧바로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비판이 크게 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일 김포공항에서 비행기 탑승 과정 중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직원에게 욕설이 섞인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 “상식적인 문제 제기와 원칙적인 항의를 한 것”이라며 오히려 자신이 ‘갑질’을 당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김 의원의 첫 해명은 피해자가 공항공사 협력업체의 20대 비정규직 직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오히려 국민의 분노만 더 키운 ‘변명’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피해자가 직접 쓴 경위서와 김 의원의 해명이 엇갈리며 거짓말 논란도 불거졌다.

심지어 김 의원은 24일 “공항공사가 (언론에) 제보한 것”이라며 부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주장하는 자신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공항공사가 음모를 꾸몄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싸늘한 여론의 반응에 놀란 여당이 사과를 종용하자 김 의원은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의 가장 큰 잘못은 갑질이나 뒤늦은 사과가 아니라 공항직원을 포함 많은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일에 대해 거짓 해명으로 일관한 것이다. 그러한 행위는 자신의 권력으로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는 오만이며 국민 전체에 대한 갑질이다. 그래서 김 의원의 책임은 사과에 그쳐서는 안 된다. CCTV 공개를 통해 진상을 남김없이 공개하고 정치인의 거짓말을 일벌백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권의 붕괴는 언제나 야당의 공세가 아니라 내부의 오만과 부패에서 시작됐다.

민병기 정치부 기자 ming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