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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27일(木)
가상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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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동북아시아의 전통적 안보 구도는 한국·미국·일본 대(對)북한·중국·러시아. 냉전 시대에 형성된 자유 대 독재, 시장경제 대 통제경제 간의 갈등 구조인데, 시대 흐름에 따라 구도에 변화가 오고 있고, 그에 따라 각국의 ‘가상의 적(敵)’도 달라지고 있다.

중국은 6·25전쟁 이후 미국을 가상의 적으로 여겼다. 1960년대 소련과 이념 분쟁이 심해지자 소련을 잠재적 적으로 삼고, 1969년 국경에서 무력 충돌까지 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1980년대 이후에는 경제 개발을 위해 가급적 외국과의 마찰을 피해왔다. 그런데 2014년 12월 중국 관영방송 CCTV의 군사채널은 인민해방군 공군이 일본 자위대를 가상의 적으로 삼아 훈련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가상의 적을 일본 자위대라고 명확하게 밝힌 것은 처음”이라며 “일본군을 겁먹게 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분석했다.

전수방위(專守防衛)를 내세운 일본은 가상의 적을 공식화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에서 중국과의 주도권 또는 패권 다툼은 피할 수 없다고 인식한다. 북한 핵미사일 대응도 중요한 안보 과제다. 그런데 지난 20일 동해상에서 조난당한 북한 선박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자위대 P-1 초계기가 ‘레이더 겨냥’을 놓고 시작한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양국이 서로를 ‘적대국’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은 한국군·미군에 위협을 느끼지만, 중국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중국도 그걸 알고 있는데, 대만 중앙통신은 작년 3월 중국이 핵 무장·경제 개발 병진 노선을 내세운 북한을 가상의 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주적은 6·25 이래 북한이었다. 2016 국방백서도 북 핵·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 사이버 공격 등을 주요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런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기했다. 그런데 국방부가 내년 1월 발간할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군을 적으로 지칭하는 문구와 표현을 삭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대신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은 적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응하는 취지라면 모르지만, 남북 대화 분위기만 고려한 것이라면 군이 지나치게 앞서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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