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fty+ >부산위해 정치했던 남자, 여든살에 ‘부산 남자’ 노래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정수 전 부산시장이 지난 2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앞 광장에서 자신의 가수 데뷔곡 ‘부산 남자’를 힘차게 부르고 있다. 영화의 전당은 그가 지난 1996년 창립했던 부산국제영화제의 전용상영관이자 영상문화를 전파하는 공간이다. 신창섭 기자 bluesky@

가수 데뷔 문정수 前부산시장

“해운대 앞 파도소리가 도 레 미 음악소리”

어릴적부터 꿈꾸던 음악활동
악기 배우고 마침내 음반 내
나이들수록 하고싶은것 많아
“전성기는 65세 이후 맞더라”

1995년 초대민선시장 지내고
광안대교·신항만·아시안게임
지역발전 대형사업 초석 다져
“활력있는 부산 여전히 응원해”

1939년생인 문정수 전 부산시장은 한국 나이로 현재 80세이고, 며칠만 지나면 81세가 된다. 문 전 시장은 지난 1995∼1998년 초대 부산 민선시장으로 재임했다. 재임 당시 부산의 랜드마크인 부산국제영화제, 광안대교, 부산신항만, 지하철 3호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경기장 등의 굵직한 사업들을 시작해 지금의 부산 발전을 이루는데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최근 가수로 데뷔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시들지 않는 그의 열정이 궁금해 지난 2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의 전당은 부산국제영화제 전용 상영관이자 영상문화를 전파하는 공간으로 그가 고문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에게 사진 촬영 포즈를 부탁하자 두 팔을 벌리며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고음을 자유롭게 소화하며 미성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활기찬 모습은 8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았다.

문 전 시장은 “이 나이에도 평소 열심히 노래를 부르면서 내 노래를 만들어 발표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왔다”며 “이 노래를 통해 내가 부산 발전을 여전히 응원하고 있고, 부산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전달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발표한 노래는 무뚝뚝하지만 뜨거운 열정을 가진 부산 사나이를 표현한 ‘부산 남자’다. 경쾌하고 빠른 템포의 트롯풍이다. 평소 문 전 시장의 부산 사랑을 눈여겨봐 온 가수 겸 작곡가인 ‘서 사장’(예명)이 선물한 곡으로 문 전 시장은 녹음을 마치고 미니 앨범도 냈다. 이 노래는 역시 부산 남자인 가수 최백호 씨의 눈에 띄어 최 씨가 진행하는 SBS 라디오프로그램의 전파를 타면서 주변에 알려졌다. 이후 교통방송과 지역 라디오 방송에 나오기도 했다. 유튜브에서도 ‘부산 남자’를 검색하면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문 마켓’이라는 예명도 만들었다고 한다. 직접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시장(市長)과 시장(市場)을 동시에 뜻하는 절묘한 이름이다 싶었다.

문 전 시장도 작사에 일부 참여했던 노랫말은 부산을 대표하는 해운대, 광안대교, 사직구장을 직접 언급하며 부산의 활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내용이다. “자나 깨나 부산 생각에 내 가슴은 설레었고 뛰었다／ 거친 물살에 넘어져도 당신 때문에 견뎠다／ 이런 내 가슴이 아직도 살아있다／ 내가 바로 부산 남자다／ 해운대 앞 파도소리가 도 레 미 파 음악 소리다／ 광안대교 위 반짝이는 저 하늘의 별처럼／ 사직구장 만루 홈런 내 인생 한 방 있다／ 이런 내 가슴이 아직도 춤을 춘다／ 무뚝뚝한 남자지만 묵묵히 사랑했다／ 성질 급한 남자지만 성격 좋은 남자다 ／ 내가 바로 부산 남자다.”

문 전 시장은 “정식가수 데뷔라고 하면 민망하고 이 노래가 부산 사람들이 더 활기차게 살고 부산이 문화의 도시로 한 단계 발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지난 7월 19일 부산 해운대 오션타워 20층 오션스카이에서 지인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쇼케이스를 가졌다. 이 쇼케이스에서 ‘부산남자’ 외에 평소 자신의 애창곡인 팝송 ‘대니보이’ ‘마이웨이’ ‘서머타임’ 등도 열창했다고 그는 수줍게 말했다. 다른 노래도 조만간 취입해 발표할 계획이다. 그는 “80 나이가 돼도 해보고 싶은 게 많은데 특히 악기를 배워 멋지게 연주하고 싶다”며 음악에 대한 한결같은 열정을 드러냈다. “20년 전부터 기타, 색소폰, 피아노 3가지를 배우기 위해 악기는 다 마련해 두었는데 너무 바쁘기도 하고 게을러 실력이 늘지 않네요. 당장 지금부터는 악기 연주 연습에 몰입할 계획입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영도초등학교, 경남중, 경남고를 졸업한 문 전 시장은 그 나이 또래에 보기 드문 순수 부산 토박이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제대 후 27세 때부터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정치를 배웠고, 부산 북구에서 3선 의원(12∼14대)을 지냈다.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해왔다고 했다. “갑자기 가수 데뷔를 한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음악에 소질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중·고교 시절에도 소풍을 가면 학교나 학급 대표로 나와 노래를 부를 정도는 됐습니다. 고교 시절에는 당시 중심가인 남포동의 클래식 다방에서 영어단어장(콘사이스)을 보면서 음악을 즐기는 것이 낭만이자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당시 나오는 팝송은 다 외울 정도였죠.”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창립할 만큼 영화 음악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2012년까지 ‘문정수와 함께하는 영화음악 콘서트’를 부산 문화회관에서 7∼8년가량 했습니다. 부산영화제를 기념해 영화제 기간 전후에 열었죠. 혼자 기획하고, 사회 보고, 연주에 맞춰 영화주제가를 직접 불렀습니다. 이덕화, 박중훈, 박정자, 오정해 씨 등 유명 배우들이 1∼2명씩 참석해 함께 공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부산이 영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음악 등 종합 문화의 중심 도시가 됐으면 한다는 소망도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노래를 부르기 좋아하는 민족이 이탈리아와 한국이라고 합니다. 노래방이 가장 많기도 하지만 노래 실력도 가장 뛰어나고요. 베네수엘라에서 청소년들에게 음악과 악기를 가르치는 ‘엘 시스테마’ 운동을 벌여 범죄와 마약을 없앤 사례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산이 노래를 잘 부르는 도시, 시민이 음악을 즐기는 도시가 됐으면 합니다. 꽃도 심고, 옷도 멋있게 잘 입는 시민이면 더 좋지요. 한마디로 멋진 문화를 멋있게 즐기는 도시, 부산이 됐으면 합니다.”

그가 지금까지도 건강을 유지하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비결을 물어봤다. “일단 비교적 건강한 체질을 타고난 것 같아요. 건강을 위해 헬스장을 정기적으로 다니거나 골프를 치는 등 특별한 관리는 안 합니다. 최대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하죠. 만나자는 사람도 많습니다.(웃음). 원래 이 나이가 되면 기력이 빠져 게을러지기 쉬운데 몸을 많이 움직이고 가능한 한 걸어 다니려고 노력하죠. 아내가 약사 출신이어서 여러 가지로 조언을 해줘 건강식 위주로 먹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짜거나 단 음식은 해롭다고 해서 주의합니다.”

그는 “70대 초반까지는 술도 많이 먹었는데 지금은 술을 안 먹어 체중도 줄고 건강도 좋아졌다”며 “새벽 1시에 잘 정도로 낮에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영삼 전 대통령 기념사업회 이사 등을 맡아 바쁘게 지내고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욕심을 적당히 부려야 동기가 생기고 돈도 벌 수 있다”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노력한 만큼 결과는 주어진다. 실패해도 두 번 세 번 노력하면 다시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는 무리하지 말고 과욕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며 “65세 이후가 인생의 전성기라는 김형석(98) 교수의 말에 공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요즘 정치인들에 대한 당부의 말도 했다. “정치인들이 너무 개인적인 명성이나 지역구에 집착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통일, 평화, 국민 인권, 경제 문제 등에는 대승적 입장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국가적인 큰 문제에 의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여야가 너무 분열되면 국가발전에 도움이 안 되니 협치를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