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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02일(水)
2019년, 실사구시 리더십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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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세계적 위기 새해에는 더 심화
격변 넘은 지도자들의 4大 특징
겸손 경청 비전과 유연한 입장

文정부 둘러싼 상황 악화일로
北에 올인하고 소득주도 고집
데드 크로스 넘어 大저항 자초


새해 새 아침이 밝았지만 전 세계가 위기의 전조현상에 겁에 질려 있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의례적인 새해 덕담조차 민망할 정도다. 올해보다는 내년, 내년보다는 그 후년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더 그렇다. 모든 상황이 안 좋아지는 내리막 세상에서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리더를 찾는다. 위기의 시대는 뛰어난 리더를 탄생시켰고, 그 덕분에 한 시대, 한 나라는 위기를 극복했다. 미국의 역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의 저서 ‘대격변시대의 리더십 (Leadership in Turbulent Times)’이 최근 미국에서 인기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리더십 위기상을 반영한 현상인 동시에, 2020대선을 앞두고 새 리더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굿윈은 에이브러햄 링컨을 다룬 ‘권력의 조건(Team of Rivals)’으로 유명한 대통령사 전문가인데, 이 책에선 링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린든 존슨 등 미국이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의 대통령을 집중 분석했다. 네 대통령은 미국이 남북전쟁과 탄광 파업, 대공황, 대통령 암살 후 사회갈등 등의 위기에 휩싸였을 때 미국을 이끈 지도자들이다. 굿윈은 책에서 4인의 리더십을 유연성과 겸손, 경청 능력, 부정적 본능 억제력, 원대한 비전 등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유연성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능력이다. 링컨의 경우 라이벌 정치인을 내각에 등용한 덕분에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링컨과 정반대로 내각에 어떤 경쟁자도 허용치 않았지만, 부인 엘리너가 반대파 역할을 한 덕분에 성공적인 리더가 됐다. 굿윈은 이 책에서 “리더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각고의 노력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서 “리더에겐 시대의 문제를 정확히 읽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념을 고집하지 않는 실사구시 리더십이 미국을 위기에서 구해낸 비결이라는 게 굿윈의 결론이다.

연초부터 굿윈의 저작을 소개한 것은 결국 우리 문제 때문이다. 굳이 ‘대격변 시대의 리더십’을 원용하지 않더라도 유연성과 경청 능력이 최고지도자의 기본 조건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정확히 정반대의 국정 행태로 일관하다 탄핵으로 물러났다. 문재인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80% 안팎의 지지율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북한 문제에 모두 쏟아부었지만, 북핵 폐기는 한 발짝도 못 나갔다. 또, 과도한 북한 껴안기 때문에 안보의 기축인 한·미 동맹은 위기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말 문 대통령 지지율이 데드 크로스 현상을 맞게 된 것은 이 같은 정책에 대한 여론 심판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송년 친서와 신년사에 반색하며 대북 문제를 통해 국면 전환을 꾀하겠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문 정부 출범 초엔 세계 경제가 호황기였지만, 새해부터는 본격적인 경기 하강기에 접어든다. 미·중 무역갈등에 중국 성장 침체까지 겹쳐 세계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경고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기침을 하면 한국경제는 독감을 앓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흐름에 노출돼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경제 실패 프레임 탓을 하며 소득주도성장론 고수 방침을 재확인했다. 최저임금 연속 인상의 부작용에 대해 자영업자들이 “우리도 국민”이라고 호소하는 데도 강행 방침을 재차 밝혔다. 시대적 위기를 읽지 못한 채 이념 중심적으로 국정을 이끌면 지지층은 단결시킬 수 있겠지만, 나라는 엉망이 된다. 이러다간 데드 크로스 현상을 넘어 국정 동력 자체를 잃어버리는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수도 있다.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는 일이다. 그보다 중요한 목표는 없다.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500년 전 군주의 가장 큰 덕목으로 꼽았던 것도 나라를 지키고 번영시키는 일이었다. 문 대통령이 불가역적 평화를 얘기할수록 핵을 가진 북한은 더 오만해지고, 동맹 관계는 벌어지고 경제는 위기로 내몰리는 현실이 정상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링컨과 존슨, 그리고 두 루스벨트가 어떻게 시대적 위기를 극복하며 세계 최강국을 만들어왔는지 그들의 리더십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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