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日주도 11개국 참여… 세계 GDP 13% ‘빅3 자유무역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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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출범한 CPTPP

트럼프 탈퇴선언후 좌초 위기
日주도권 잡으며 극적 ‘부활’
英·印尼·대만 등 ‘참여’ 검토

참여국간 상품교역시 관세철폐
지재권 등 22개항은 유예 결정

‘제조 강국’日 가격경쟁력 제고
국내車산업 경쟁력악화 가능성

전 세계가 연말연시 분위기에 휩싸였던 지난해 12월 30일 일본과 호주, 캐나다 등 11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조용히 출범했다. 11개국이 참가해 ‘TPP 11’로도 불리는 CPTPP는 당초 올해 1월 출범이 예상됐으나 회원국 절반이 넘는 6개국이 비준을 마치는 날 기준으로 60일 뒤 정식 발효키로 한 규정에 따라 출범일이 앞당겨졌다. 한국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CPTPP는 탄생과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자유무역지대로 자리매김했다.

1. CPTPP란

CPTPP는 RCEP,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으로 아·태 지역 경제에 영향력을 확대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일본 주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비롯됐다. TPP는 2005년 발효된 퍼시픽4(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에 2008년 미국이 참여하고 이후 호주, 베트남, 멕시코, 캐나다, 일본 등이 뒤따르면서 설립 논의가 본격화됐다. 19차례 협상 끝에 2015년 10월 타결됐고 다음 해 2월 서명을 거쳐 각 국별 비준 절차에 돌입했다.

순항하던 TPP는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격 탈퇴를 결정하면서 동력을 잃었으나 일본 주도 협상을 통해 CPTPP로 재탄생했다. CPTPP는 높은 수준(상품 품목 수 기준 95~100%)의 시장 개방을 추구하는 협정으로 11개 회원국 간 18개의 신규 양자 FTA가 체결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다만 기존 TPP 협정에서 지적재산권, 투자자보호, 서비스 등 미국의 주장으로 포함됐던 22개 사항을 유예했다.

2. 현재 비준 상황은

11개국 중 일본, 캐나다, 멕시코,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는 지난해 10월 30일까지 비준을 마쳐 공식 출범일인 12월 30일부터 바로 CPTPP가 발효됐다. 의회 비준 후 60일 후부터 발효되기 때문에 11월 14일 비준을 끝낸 베트남은 오는 14일부터 협정이 발효되고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칠레, 페루의 경우 의회 비준을 앞두고 있다. 그 외에 현재 한국, 영국,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콜롬비아 등이 참가를 검토하고 있다.

3. 글로벌 경제 비중은

FTA가 양국 간 상품, 투자, 서비스에 해당됐던 것과 달리 CPTPP 같은 ‘메가 FTA’의 경우 포괄적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개방이 진행된다. TPP는 태동 때부터 일반 FTA를 넘어서 공동시장으로서의 ‘블록화’를 시도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미국의 참여가 무산됐지만, CPTPP 참여국은 지난해 기준 10조5670억 달러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2%, 무역 규모는 5조4000억 달러로 15.2%를 차지한다. 인구 또한 5억 명으로 전 세계의 6.9%가 속해 있다. 한국에서 차지하는 무역비중도 2588억 달러로 전체의 24.6%를 차지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협정에서 빠지며 CPTPP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베트남 등 고속성장을 하는 신흥국들이 회원국으로 참여한 만큼 국제 경제에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4. 주요 내용과 개방수준

CPTPP는 참여국 간 상품 교역에 관세를 즉각적으로 철폐하거나 최장 21년간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교역 자유화를 골자로 한다. 협정이 발효된 6개국에선 지난해 12월 30일 0시부터 회원국 간 공산품과 농산물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됐다. 나라별로 민감한 품목에 대해서는 부분적 감세나 저율관세할당(TRQ), 장기적 철폐가 적용된다. 품목 수 기준으로 자유화 수준이 95∼100%에 달한다. CPTPP에서는 원산지 원칙이라는 조항이 있어 가맹국에서 제조된 부품을 일정 정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외에 지재권, 금융, 정부조달 등에 대해 통일된 기준을 마련, 기준 외의 장벽을 철폐해 경제통합을 더 가속화하는 내용 등도 CPTPP에 포함돼 있다. 과거엔 투자와 금융서비스 시장을 제외한 전 분야의 완전 개방을 목표로 했으나 2015년에는 투자·금융시장은 물론 의료·법률시장도 개방하고 공공기관 등도 주식시장 기업공개를 통해 민영화를 유도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노동 조항을 통해 역내이민에 관해서도 추가 협정을 맺어 규정하기로 했다.

5. 보호무역주의 대항마

CPTPP는 참가국들 간의 자유무역시장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미국의 불참으로 시장 개방수준은 당초 목표보다 다소 후퇴했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입장에서 그나마 자유무역이 이뤄질 수 있는 통로로 각광받고 있다. CPTPP 참가를 검토하고 있는 영국 정부는 “세계 자유무역 증진에 ‘유익한 동력’이 될 것”이라며 “영국이 가입할 경우 아시아 시장 및 남미 시장과 교류하고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CNN은 “세계 경제 강대국들 간 무역 규칙이 재편될 것”이라며 “미국은 양자 협상을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의 협정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다만 미국과 중국 등도 추후 참여할 수 있는 길은 열어뒀다”고 덧붙였다.

6. 美 복귀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는 노동자들의 표심을 의식해 CPTPP 가입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입국들 대부분이 농산물 수출국이어서 해당 국가에 대한 미국의 농산물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CPTPP를 주도한 일본 내에서는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CPTPP에 재가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노동조합을 공통의 지지층으로 두고 있어 재가입까지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미국이 포함될 경우 전체적인 규모를 키울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에 지속적으로 재가입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7. 韓 경제 부작용은

한국은 11개 국가 중 CPTPP를 주도하는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9개국과 이미 양자 FTA를 체결했다. 정부는 CPTPP의 관세 철폐 계획 등을 고려할 때 CPTPP가 발효되더라도 한국의 대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과의 무역 역조 현상 등을 감안할 때 미국이 빠진 CPTPP에 한국이 충분한 이익분석과 협상력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입할 경우 오히려 불리한 협정에 끌려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8. 韓, 왜 참가 안하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일본이다. 애초 미국 주도의 TPP에는 한국이 참여할 뜻을 밝힌 바 있다. TPP 회원국 간의 시장개방률이 양자 간 FTA보다 더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TPP가 한·미 FTA의 개방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에 있다는 점이 공개되면서 우리가 뒤늦게라도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TPP를 탈퇴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한·미 FTA를 체결한 한국이 미국이 빠진 다자협정에 참여해 제조업 강국인 일본에 굳이 시장을 개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과 FTA를 체결하지 않는 이유도 극복하기 힘든 무역역조 때문으로, 지난해 한국은 일본에 306억 달러어치를 수출한 반면, 545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미국이 없는 CPTPP에 한국이 참가해 일본에 시장을 더 내줄 필요가 없었기에 CPTPP에 참가하는 것을 보류해온 것이다.

특히 CPTPP에 참여할 경우, 국내 자동차 분야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 CPTPP를 통해 자동차 분야의 수출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완성차 수출 확대 및 부품 수출 비용 절감으로 현지 진출 기업의 생산비 절감도 기대하고 있다. 호주에 수출하는 신차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캐나다는 5년 뒤 관세가 완전 철폐된다. 캐나다 현지 공장을 둔 토요타와 혼다 등은 캐나다로의 부품 수출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이런 생산비 절감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얻은 일본차와 국내경쟁은 물론, 해외경쟁에서 한국산 제품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9. 中 주도 RCEP와 관계

일본 주도의 CPTPP와 중국이 주도한 RCEP는 주로 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가입한 다자 간 무역협정이다. 두 개의 경제 연합체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4일 기준으로 두 곳 모두에 가입한 국가는 호주와 뉴질랜드, 베트남 등 7개 국가며 중국 또한 CPTPP에 가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PTPP와 RCEP 모두 규모를 키워 자유무역을 촉진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추가 가입을 권장하고 있다.

10. 향후 대응전략은

일단 정부는 CPTPP가 발효되더라도 당장 우리 무역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이 CPTPP 가입에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양자 무역 협상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CPTPP에 대만, 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할 예정이어서, 자칫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이 소외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FTA 미체결국인 멕시코에 대해서는 태평양동맹(PA) 준회원국 가입을 위한 예비협의를 진행하고, 남미 거대신흥시장인 메르코수르(MERCOSUR)와의 무역협정(TA) 협상도 계속 추진해 CPTPP 미가입 상황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박정민·박준우·정철순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