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경제, 혁신만이 살 길이다>“量뿐인 특허·실속없는 R&D… 혁신지수 1위는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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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혁신벤처硏 부소장

“블룸버그서 5년째 1위 ‘민망’
구조적 외화내빈 실상보여줘”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 국가라는 결과는 틀린 분석에 가깝다.”

지난해 초 블룸버그가 발표한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한국이 5년 연속 종합성적 1위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이정민(사진)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외화내빈의 실상과 인식을 보여주는 민망한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혁신지수에서 독일(4위), 일본(6위), 이스라엘(10위), 미국(11위) 등을 모두 뛰어넘었다.

이 부소장이 대표적으로 꼽은 것이 ‘특허의 질’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0만 명당 특허 숫자, 국내총생산(GDP) 1000억 달러당 특허 숫자, 전 세계 특허 중 해당 국가의 특허 숫자 등의 기준에서 ‘특허활동’ 분야 세계 1위라고 평가받았지만, 특허기술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피인용도는 평균 3.9회로 선도국인 미국 17.2회 대비 22.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허출원 수는 많지만 쓸 만한 특허가 미국의 5분의 1 수준이라는 의미다.

또 한국이 세계 2위를 차지한 ‘연구·개발(R&D)지출 집중도’는 국가 GDP 대비 민간과 공공부문의 R&D 지출 비중에 의해 평가됐으나 기술이전율 20%대, 사업화율 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이 부소장은 “대학진학률 등으로 평가되는 ‘교육 효율성’ 부문의 한국에 대한 높은 평가 또한 소위 속 빈 강정이라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부소장은 ‘변화에 대한 수용성’을 혁신 강국이 되기 위한 제 1요소로 꼽는다. 그는 “글로벌 혁신경쟁에서의 경쟁우위는 관련 분야의 첨단 신기술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정부와 우리 사회의 수용성과 적응능력”이라면서 “한국은 이 부분에서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소장은 한국의 혁신에 대한 수용성 부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논란이 되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조합 간의 카풀 갈등을 꼽았다.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것도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이 부소장은 “황폐한 토양을 그대로 두고, 묘종에 비료만을 퍼붓는다고 농사가 성공할 수 없다”면서 “혁신기업이 잉태되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개별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게임의 룰만 정하고 이를 운영하는 심판자 역할로 물러나고, 그 빈자리에 민간의 창의적 역량을 시장경쟁의 토대 위에 배치해야 한다”면서 “지금 필요한 역량은 개인과 조직의 문제해결 능력, 독창성과 창의에 기반한 개인 간의 협력과 소통, 공감 능력과 풍부한 감성임을 교육개혁에 나서고 있는 선진국들은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