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평사 ‘손목 비틀기’… 官治로 밀어붙인 ‘공시지가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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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 “2배로 인상” 지시 논란

‘땅값 산정’은 고유 권한인데
공식문서 없이 구두지시 내려
지침 안 따르면 ‘집중점검’도
행정권 남용·징벌과세 비판
국토부 “형평성 제고 예시든것”

국토교통부가 법적 권한이 없는데도 ‘정부 방침’이라며 땅값(공시지가)을 산정하는 감정평가사들에게 고가 토지(㎡당 3000만 원 이상·평당 약 1억 원 이상)는 1년 전보다 2배의 가격을 매기라는 ‘구두(口頭) 지시’를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부는 “최종 공시주체는 정부이고, 지난 1년 새 고가 토지의 시세가 저가 토지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에 형평성을 맞춰 달라는 취지로 평가사들에게 ‘예시’를 든 것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4일 감정평가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 부동산평가과 담당자는 지난해 12월 한국감정원에서 열린 지가공시협의회에 참석한 감정평가사 20여 명에게 “4~5년에 걸쳐 표준지 공시지가를 시세의 70% 수준으로 올릴 건데 시세가 ㎡당 3000만 원이 넘는 고가 토지는 한 번에 올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참석자들이 “한꺼번에 시세의 70%까지 올릴 경우 일부 지역의 공시지가가 전년보다 3배까지 올라 전국 지가 간 균형이 깨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자 한 발 물러서 지난해 대비 2배 정도(100%)까지 상승하도록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감정평가 업계 관계자는 “특정 지역만 급격히 올라가면 안 되기 때문에 조사가 끝난 뒤 평가사들끼리 ‘균형평가회의’를 여는데 지난해 이 회의 후 국토부가 ‘고가 토지는 100%를 올리라’는 ‘오더’를 내렸다고 한다”며 “100%가 아닌 80% 정도만 올린 평가사에 대해서는 ‘집중점검’이라고 해서 산정 근거를 꼬치꼬치 캐묻는 표적검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감정평가사들은 땅값 산정은 평가사들 고유 권한이고, 법상 국토부가 사전에 특정 지시를 내릴 권한이 없는데도, 국토부가 압박을 가해 ‘가격 마사지’를 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행 ‘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은 ‘표준지 공시지가를 조사·평가할 때 둘 이상의 감정평가업자에게 이를 의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표준지 가격이 보유세 등 조세나 부담금에까지 영향을 주는 만큼 파급력이 크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평가사들이 져야 하는데 정부가 공식 문서도 없는 구두지시만 내린 데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한다.

법률 전문가와 부동산 업계에서는 국토부의 이 같은 지침이 행정권 남용이고, ‘징벌적 과세’란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가 토지에 시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아 형평성을 제고해 달라고 한 것으로, 평가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 예시를 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