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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논설주간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04일(金)
文대통령, 벼랑 끝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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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논설주간

현 정부 임기 벌써 3분의 1 경과
선거 없는 올해가 成敗 분수령
脫정파 결단 늦추면 실패 자초

靑·政·黨 전면 쇄신 서두르고
탕평인사로 최강팀 재구성해
과거 아닌 미래 위한 國政 펴야


문재인 대통령 5년 임기의 3분의 1(20개월)이 지나갔다. 중반에 접어든 만큼 오직 성과로 말해야 한다. 다행히 올해는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국정에 전념할 수 있다. 내년 4월에 국회의원 총선이 있으니, 연말 정기국회부터 선거 모드로 바뀐다. 올 한 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문 대통령의 성패가 달렸고, 그것은 연초 구상에 좌우된다.

이처럼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은 의외로 많지 않다. ‘촛불 청구서’에 휘둘리면 실패를 자초한다. 전방위로 악화하는 경제와 이에 따른 지지율 급락만 봐도 알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의 여론 부양 효과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두 전임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지만, 신(新)적폐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권력의 둑에는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고 있다. 의전비서관 음주운전, 경호실 직원의 폭행 사건, 그리고 민간 사찰 주장과 국가채무 조작 논란, 여당 대표 실언과 낙하산들의 무능·무책임이 겹치고 있다. 탁현민 선임행정관의 탁월한 이벤트 같은 땜질로는 민심의 누수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대통령은 결단하는 사람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힘든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라고 주어진 것이다. 미국 대통령 책상이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으로 불리는 이유다. 북한의 6·25 남침에 즉각 참전 결단을 내렸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모든 책임은 여기서 끝난다(The BUCK STOPS here!)’는 표패까지 그 위에 올려놓았다. 대통령은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해서도, 모호한 표현이나 모순되는 논리로 국민을 헷갈리게 해서도, 온갖 위원회를 만들어 책임을 떠넘기거나 필요한 결단을 미뤄서도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성패의 벼랑 끝에 서 있다. 뛰어내릴 것인가, 돌아서서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인가. 결단해야 할 때가 닥친 것이다. 정파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을 지향하고, 과거 아닌 미래와 씨름해야 한다. 문 대통령도 취임사에서는 그러겠다고 약속했으나 그날뿐이었고 ‘촛불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8개월 만에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 지지세력은 물론 청와대 참모들과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도 반대했다. 노 대통령은 “나도 개인이라면 반대했을 것이나 대통령으로서 불가피했다”고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제주 해군기지 결정도 마찬가지다. 김대중 대통령은 1.5%포인트 표차로 당선됐을 만큼 격렬한 선거전을 치렀지만, 취임 5개월 만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했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에도 앞장섰다. 자신을 죽이려고까지 했던 정적들임에도 그렇게 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이런 탈(脫)정파 노력에 비해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문 대통령은 변해야 산다. 그 방향은 경제와 안보를 강화하고, 갈등과 양극화를 줄이는 것이다. 지지세력과 관계 재정립이 첫 단추다. 민노총과 참여연대, 선거 공신들과 선을 그어야 한다. 어설픈 정책과 결별해야 성장을 이루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탈원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경쟁 없는 평등은 경쟁력 붕괴, 고용 차별, 하향 평준화로 연결된다. 한·미·일 가치 동맹 공고화도 중요하다.

편협한 역사 인식과 결별해야 통합이 가능하다. 갑자기 100주년 행사가 많아졌다. 문 대통령은 2일 현충원 방명록에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이라고 적었고, 여당은 ‘한반도 새 100주년 위원회’를 가동키로 했다. 1919년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식 정부 70주년은 외면한 채 임시정부를 대대적으로 기리면 ‘김구 노선’만 받들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한사코 내치려는 것으로 비친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구 선생에 대해 ‘절세의 애국자였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는 균형 잡힌 평가를 자서전에 남겼다.

결단 실행을 위해서는 사람 변화가 먼저다. 당·정·청을 제대로 전면 쇄신해야 정책을 시정할 수 있다. 경제 투톱을 경질했지만 아무런 효과도 변화도 없다. 국무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은 물론 외교안보팀과 이미 마음은 총선에 가 있는 정치인 장관들도 바꿔야 한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을 두고는 여야 협력을 기대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 약속대로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최강팀을 짜야 한다. ‘정관정요’에는 명군(明君)과 암군(暗君) 구분법이 명확하게 나온다. 명군은 널리 듣고 암군은 측근 얘기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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