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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PICK! 2019 컬처 피플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07일(月)
“10년간 세계 돌며 ‘낭만적 무명생활’… 지금은 러브콜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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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레토’에서 빅토르 최를 연기한 배우 유태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영화 ‘레토’의 유태오

車庫서 찍은 오디션 영상으로
2000對1 뚫고 빅토르최 역할

주연으로 날 캐스팅한 감독님
주위서 ‘미쳤다’ 소리도 들어

태국·中·할리우드 전전하다
작년 칸서 조명받고 작품봇물
멕시코·말레이시아서도 연락
“잘 버텨왔다는 생각 들어요”


“영화와 드라마 오디션 제안이 계속 들어오고, 해외에서도 캐스팅하겠다는 연락이 와요.”

배우 유태오는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며 화제가 된 러시아영화 ‘레토’(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사진)의 주연을 맡은 후 자신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일 개봉한 ‘레토’는 요절한 한국계 러시아 록스타 빅토르 최의 데뷔 초기를 담았다. 아름다운 흑백 영상 속에 1980년대 러시아 최고 록그룹 주파크의 리더 마이크(로만 빌릭)가 무명 뮤지션 빅토르 최(유태오)의 음악성을 알아보고 아내 나타샤(이리나 스타르셴바움)와 함께 그를 레닌그라드 합법 록 공연장 무대에 올리려 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에는 빅토르 최가 이끄는 그룹 키노와 주파크의 음악을 비롯해 루 리드, 이기팝, 토킹 헤즈 등 러시아 록에 영향을 준 서구 음악이 깔린다.

자신의 집 차고에서 촬영한 오디션 영상을 러시아에 보내 2000대 1의 경쟁을 뚫고 빅토르 최 역에 캐스팅된 유태오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를 캐스팅해 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주연배우 3명 모두 이 영화를 통해 도전에 나섰어요. 실제 록가수인 로만 빌릭은 연기가 처음이었고, 이리나 스타르셴바움도 극단 출신으로 주로 드라마에 출연해서 인지도가 낮은 배우예요. 여기에 러시아어를 전혀 못 하는 한국 배우까지 주연으로 캐스팅하며 말이 많았다고 해요. 감독님이 세 배우의 조화를 본 거죠.”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아들로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최근 ‘레토’ 독일어 더빙 버전을 본 후 처음으로 자신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칸에서 처음 봤고, 러시아와 한국에서도 봤지만 제 연기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했어요. 촬영 현장에서 억지 영어 시나리오를 보고 낯선 러시아어를 구사하며 감으로 연기했거든요. 칸에서 호평을 받았고, 관객 반응도 뜨겁지만 뭔가 안갯속에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독일어 더빙 버전을 구해서 보고 자부심이 느껴졌어요.”

미국과 영국에서 연기 공부를 한 유태오는 2009년 ‘여배우들’로 한국 스크린에 데뷔한 후 태국, 베트남, 중국, 할리우드 등에서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지만 이름을 알리지는 못했다. 그 기간이 꽤 힘들었을 법하지만 그는 ‘낭만적 무명생활’이라고 가볍게 표현했다.

“잘 버텨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첫 연기 선생님이신 러시아 할머니 말씀을 새기며 살았어요. 4년 전에 돌아가신 선생님은 ‘핏방울 하나가 100% 피다’라고 하셨어요. 제 핏방울 하나만 믿고 고생하며 여기까지 온 거죠. 저 자신이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자학하며 죄책감에 빠졌어요. 이젠 오만해지지 않으려고 다짐하게 돼요. 예의 바르게 표현할 건 다하면서 절대 남을 비난하지 않을 거예요.”

칸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후 그에게 작품이 밀려들고 있다. 영화 ‘버티고’와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배가본드’ 등 4편의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멜로, 액션, 범죄물, 판타지 사극 등 장르도 다양하다.

“지금까지 상상만 해오던 내 안의 다양성을 안정된 공간에서 풀어내며 저 자신을 증명할 수 있게 돼서 기뻐요. 자전거 타는 법을 책으로 배우다가 실제로 타면서 도전하는 것 같아요. 이 현장 저 현장 다니며 각 작품의 특징과 제 역할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게 돼요. 프로가 돼간다는 느낌이 좋아요(웃음).”

그와의 인터뷰는 ‘레토’ 개봉 전날 진행됐다. ‘보헤미안 랩소디’로 음악영화 열풍이 분 상황에서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물었다. “기대는 안 해요. 큰 기대를 하면 오히려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 책임을 떠넘기진 않을 거예요.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벌써 멕시코와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반응이 와요. 그래서 책임감이 더 커지고요.”

“올해가 끝나갈 때쯤 어떤 평가를 받고 싶으냐”는 말을 건네자 그는 “가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저는 90세까지 계획을 다 세워놨어요. 45세, 55세의 모습을 정해놓고 따라가고 있어요. 계획대로 못 이뤄도 아쉬워하진 않을 거예요. 노력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게 삶의 맛이니까요. 잘 끼워진 첫 단추가 미래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으니 그걸로 만족해요. 올 한 해 열심히 뛰어서 연말쯤엔 상품성이 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라는 평을 듣고 싶어요. 그게 배우의 가치죠.”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mail 김구철 기자 / 문화부 / 부장 김구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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