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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오승훈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07일(月)
文정부 경제 行步가 불신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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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文대통령 “경제 중요” 언급에도
‘경제의 정치화’ 인식은 더 강고
실패 평가에 ‘틀 맞춘 보도’ 탓

프레임 바꿔도 결과 값은 불변
리스크·통계 분석이 옳은 판단
경제언어로 시장 신뢰 얻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경제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나 경제계에는 그다지 믿음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도, 대통령의 경제 인식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탓이다. 그중 하나가 경제현상을 ‘프레임(frame)’으로 보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연말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며 “성과가 있었음에도 국민에게 사실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를 이어받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경제위기를 조장하는 건 오염된 보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두 발언의 취지는 언론이 ‘실패’ 틀에 맞춰 전달하면서, 현실을 호도한다는 얘기다.

실패의 증거를 놓고 사실관계를 세세히 따질 필요까진 없을 듯하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고용 지표 등이 애초 목표에 미달했을 뿐만 아니라 전년보다 모두 악화한 게 명백하고, 일부 성과가 있어도 실패라는 최종판정에는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해서다. 그걸 성공이라고 하는 게 더 민망한 일이 될 것이다. 사실 경제 성적표 못지않게 더 염려되는 것은 프레임으로 표현하는 말들 속에 들어 있는 ‘경제의 정치화’ 인식이다. 정치(혹은 이념)의 논리로 경제를 바라보는 경향은 경제 악화에 맞춰 오히려 더 강고해졌다.

국내 정치권에서 프레임이란 단어가 회자한 건 지난 2004년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 UC버클리 교수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Don’t Think of an Elephant)’가 출간되면서다. 코끼리는 공화당의 상징이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번번이 패배한 이유를 공화당과의 프레임 전쟁에서 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내 일부 의원이 탐독해 선거마다 연패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대중적인 정치커뮤니케이션 전략 용어가 됐다. 레이코프 교수가 개념화한 프레임은 ‘무의식적인’ 인식 틀이다. 직접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 오로지 언어를 통해 알 수 있다. 거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들어 있고,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보수주의의 언어로 공적 담론을 형성하면, 진보정당은 같은 언어로 반박하는 한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할수록 당나귀(민주당의 상징)는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 이를 바꾸는 방법은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 프레임이 여론조작이나 속임수인 것은 아니지만, 정치의 언어다.

경제학계에서 프레임 연구는 훨씬 더 오래됐고, 상대적으로 ‘의식적’이다. 행동경제학의 대부이자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인간의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최선을 찾는 게 아니라, 질문이나 문제의 제시방법(프레임)에 따라 달라진다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를 제시했다. 컵에 물이 ‘아직 반이나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이제 반밖에 없다’고 인식하는 것은 전혀 다른 후속 행동으로 연결된다. 이 주장 덕분에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의 좋고 나쁨을 국민에게 물을 때 프레이밍 효과는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됐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 프레임을 구성하더라도 동일한 문제에 대한 현실의 결과 값은 불변이라는 점이다. 내 앞에 ‘물 반 컵’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프레임으로 결과를 바꾸려는 정치 언어와 경제 언어가 다른 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경제학에선 프레임을 실패에서 성공으로 바꾼다고 해서 경제성장률이 달라지진 않는다.

문 대통령이 프레임을 거론한 배경 중에는 ‘경제는 심리라는데, 잘한다고 해야 더 잘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어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 산라파엘대학의 마테오 모텔리니 교수는 경제에 인간 감정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려줬다. 하지만 그가 ‘경제는 감정으로 움직인다’(2015년)에서 강조한 것은 정치의 언어로 국민의 심리를 움직이라는 게 아니다. 비합리적 선택에 현혹되지 말라는 주문이다. 그는 현명한 판단을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리스크를 정확하게 분석할 것, 통계 마인드를 키울 것, 알고 있다는 착각을 버릴 것, 경험에 의존하지 말 것, 투자 심리학에 빠지지 말 것 등이다. 모두 감정이 배제된 영역이다. 그것이 경제의 언어다. 경제활력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말이 신뢰를 얻는 건 거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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