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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07일(月)
사물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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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사람들은 대부분 앞을 보고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거울을 보듯 치장하고, 표정을 꾸민다. 뒷모습은 뒷전이다. 다양한 인물의 뒷면을 담은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에 미셸 투르니에가 글을 붙인 산문집 ‘뒷모습’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얼굴과 달리 등은 감정을 꾸며낼 수 없다. 정직해서 쓸쓸한 뒷모습은 인체 중에서 가장 인간적이다.

‘달의 이면’은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가 쓴 비유다. 일본 문화에서 큰 영감을 얻은 그는 프랑스와 일본, 나아가 서양과 비서양의 차이를 읽어낸다. 예컨대 대패질을 할 때 안에서 밖으로 미는 프랑스와 달리 일본에선 밖에서 자신을 향해 당긴다. 달의 이면은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면서 인류의 신비로운 과거로 접근하는 중요한 열쇠다. 그리스·로마시대 이후 유럽역사가 달의 표면이라면 일본, 아메리카 원주민 등의 문화는 그 이면이다.

달의 이면은 지금 비유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이슈다. 중국 무인탐사기 창어(嫦娥·상아) 4호가 3일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고, 무인 로봇 탐사차 위투(玉兎·옥토끼)-2가 활동을 시작했다. 위투가 움직이는 모습은 통신 중계위성 췌차오(鵲橋·오작교)를 거쳐 지구로 송신됐다. 전설 속에서 인간의 환상을 키웠던 달의 여신 상아와 옥토끼, 오작교가 달의 신비를 걷어내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건 아이러니다.

인류가 그동안 지켜본 달은 앞면이었다. 달의 자전 주기(약 27.3일)는 공전 주기와 같다. 달이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스스로도 한 바퀴만 돌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한 면만 보인다. 그러나 달이 돌 때 자전·공전 주기가 달라지거나 전후좌우로 흔들리는 탓에 달 표면의 59% 정도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나머지 41%도 항상 어둠 속에만 있는 건 아니다. 보름달이 뜰 때를 빼곤 뒷부분에도 어느 정도는 햇볕이 든다. 사람의 눈에만 벗어나 있을 뿐이다.

스티브 잡스는 제품의 안 보이는 쪽까지 완벽해야 한다는 철학을 실천했다. 컴퓨터 안에 들어가는 볼트에도 값비싼 도금을 했을 정도였다. 그는 “아이맥의 뒷모습은 타사의 컴퓨터 앞면보다 훨씬 멋지다”고 자부했다. 사물의 이면은 겉으로 안 보일 뿐 실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표면에만 집착하면 더 많은 것을 잃고, 그르칠 수 있다. 사람 일도, 나랏일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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