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유시민類 인식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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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2019년 새해와 더불어 문재인 정부 3년 차가 시작됐다. 역대 정권은 한결같이 집권 3년 차 증후군을 앓았다. 도덕적 해이와 내부 비리 폭로, 직권남용으로 각종 게이트에 시달리고 당·청 갈등에 휩싸이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게 제왕적 대통령제의 경로다. 문재인 정부의 위기는 더 일찍 찾아왔다. 집권 2년 차인 지난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 국가 핵심 기관의 바닥에서 일기 시작한 잇단 권력형 의혹 사건 폭로로 휘청거린다. 공적 조직이 무너져 내리고 일탈이 일상화하고 국가 운영 시스템은 이미 붕괴 중이다. 취임 이후 1년 이상 70%를 넘나들던 국정 지지율은 40%대로 뚝 떨어졌다. 지지율 하락의 핵심 요인은 단언컨대 경제난, 그리고 도덕 정권의 비도덕성 노출이다.

현 집권세력의 비극성은 친문(친문재인) 핵심이자 강력한 차기 주자 중 한 명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의 주장에서 느껴진다. 그는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을 성장절벽으로 내모는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정책을 옹호하고 나섰다. 유시민의 말은 종종 대통령의 말과 오버랩된다. 유시민이 지난 2일 “경제 위기론은 보수 진영의 이념 동맹 결과물”이라고 주장한 건 그 이틀 전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다”고 말한 것과 일치한다. 유시민이 소득주도성장의 효과성 지적에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건 굉장히 힘들다”고 한 것도 대통령이 지난 2일 신년회 자리에서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는 일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 것과 맞아떨어진다.

사전 교감이라도 한 듯한 두 사람의 주고받기는 ‘유시민스러움’이 곧 ‘문재인스러움’이라는 걸 보여준다. 시중에는 “유시민은 문 대통령이 현재 생각하는 두 명의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또 다른 한 명도 친문 인사인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권 재창출을 위한 차기 구도 역시 친문 순혈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유시민류(類) 친문 패밀리가 갖는 경제 인식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이들은 기업에 대한 적의(敵意)를 갖고 있다. 반도체 착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한다. 대기업·공공부문을 쥐고 흔드는 조직 노조의 지대(地代) 추구에는 눈을 감는다. 이들의 현실 인식은 ‘대기업은 노동자와 협력업체를 착취해 부를 축적한다’는 것에 머물러 있다. 발은 현재에 두고 머리는 과거를 향한 이런 화석(化石)형 강남좌파들이 집권세력의 지도부를 구성한다.

청와대 특감반원은 도덕 정권임을 자임하는 촛불 정부에서도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 작성이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기재부의 젊은 사무관은 정권이 교체된 2017년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의도적으로 높이기 위한 청와대 주도의 적자 국채 발행 시도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전형적인 집권 3년 차 증후군이다. 진보 진영의 경제 교과서로 통하는 ‘21세기 자본’을 써낸 토마 피케티는 지난해 한 국제 저널에 ‘강남 좌파를 비판한다’(blame the Brahmin left)는 부제의 논문을 발표했다. 유명 경제학자 아서 래퍼 교수는 “소득주도성장론은 멍청한 이론”이라고 했다. 점점 더 ‘유시민스러워지는’ 집권 3년 차 정부에 대한 걱정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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