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앱서 개인전화번호 도용 모르는 남자가 “조건만남” 연락

앱개발업체 인증절차 소홀
가해자 파악어려워 처벌못해

본인인증 없이 가입하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자신도 모르게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도용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성희롱까지 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에 사는 A(여·26) 씨는 지난달 15일부터 20일까지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들로부터 조건만남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A 씨는 자신의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남성들은 한 소개팅 앱에서 채팅을 한 사람이 자신의 번호라며 알려줬다고 답했다. 그들은 “A 씨 번호를 자기 번호라며 알려준 앱 이용자로부터 서울 광화문 등에서 조건 만남을 하자는 메시지를 먼저 받았다”며 오랜 기간 대화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는 남성들이 말한 소개팅 앱을 처음 들었으며 가입한 적도 없었다.

문제는 사칭으로 인한 피해가 명확하더라도 가해자 파악이 어려워 수사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A 씨는 명의를 도용한 사람을 고소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지만, 법적으로 처벌이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앱에서 나눈 대화 내용은 삭제됐고, 설사 피해를 입증하더라도 가해자가 가입 시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아 찾기 쉽지 않아서다. A 씨는 7일 “모르는 번호로 조건 만남을 하자는 연락이 와 당황스럽고 무섭기까지 했다”며 “피해를 본 사실이 분명한데 가해자 처벌이 어렵다 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 최소한의 인증 절차와 고객센터 마련 의무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앱 개발 업체들이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마련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실제 취재진은 다운로드 수가 100만을 넘는 소개팅 앱 5개에 사는 지역, 성별, 나이만 임의로 넣고 쉽게 가입할 수 있었다. 프로필에 사진을 올리지 않았음에도 25분 동안 남성 5명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김현걸 디포렌식 코리아 대표는 “일반인도 앱을 개발해 출시할 만큼 앱 개발업체들이 많다 보니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는 앱들도 쏟아지고 있다”며 “피해자를 위한 고객센터를 갖추고 성희롱 등의 범죄 발생 시 추적이 가능하도록 앱 가입자들에게 휴대전화 인증 등 최소한의 인증절차는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개팅 앱은 마음 편히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개인정보에 둔감하다”며 “업체들은 이용자들에게 개인정보 도용은 심각한 사회 문제며 적발 시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명진·전세원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