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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08일(火)
‘꼴뚜기’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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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연말연시 정치권에 저속어가 꼬리를 물고 있다. ‘미꾸라지’에서 ‘꼴뚜기, 망둥이’를 지나 ‘양아치’에까지 이르렀다. 그것도 ‘공익 신고자’ 비하 발언이다.

미꾸라지는 늪이나 논 등 진흙 물에 살면서 장구벌레나 실지렁이 등을 잡아먹고 산다. 장구벌레는 자라서 모기가 된다. 미끌미끌해 손아귀를 잘 빠져나가는 미꾸라지는 아가미 호흡 외에 장(腸)호흡을 한다. 이름도 이와 관련이 있다. 물속 산소가 적으면 수면에서 입으로 공기를 마시는데, 산소만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는 항문으로 배출한다. 이 물거품을 방귀로 오인해 ‘밑 구린’ 놈이란 뜻의 미꾸라지(또는 미꾸리)라고 이름 붙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꾸라지라는 이름 앞이나 뒤에 ‘한 마리’가 붙을 때다. 일어탁수(一魚濁水), 한 마리 물고기가 웅덩이를 다 흐린다처럼 사람에게 사용하면 나쁜 뜻이 되기 때문이다. 미꾸라지로 낙인찍히면 명예 회복이 쉽지 않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공익 신고자를 향한 비난은 미꾸라지와는 다른 차원의 실언(?)이다.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거나,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가 흔히 쓰는 속담이다. 그런데 숭어 자리에 꼴뚜기를 집어넣었거나, 망둥이와 꼴뚜기를 바꿔치기한 것이다. 어물전 망신 다 시키는 꼴뚜기를 끌어다 뜀뛰기가 ‘기본기’인 망둥이를 욕하는 셈이다. 아무리 숭어를 띄우기 싫고, 꼴뚜기를 욕하고 싶어도 이는 어법에는 맞지 않는 표현이다.

양아치라는 말은 이번에 처음 나온 표현이 아니다. 지난 2002년 대선 과정에서도 ‘양아치’ 설전이 있었다. “제가 시정잡배면 ○○○당 모 씨는 양아치입니까?” 이 말에서 양아치는 시정잡배보다 더 나쁜 사람이다. 양아치는 동냥아치의 준말이지만, 예전에 넝마주이를 얕잡아 그렇게 부르곤 했다. 1960년대 초의 신문 기사들을 보면 거지나 야비한 깡패를 그렇게 불렀음을 알 수 있다. 양아치는 ‘왕초’ 밑에서 침식을 같이하는 ‘똘만이’이기도 했다. 오늘날 국어사전도 ‘거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니 ‘공익을 위한 신고자’에게 쓸 말이 아니다.

정치인의 말이 거칠어지면 국정(國政)도 더불어 황폐해지게 마련이다. 정치인·지망생용 ‘바르고 고운 말 의무교육’ 과정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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