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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림 에세이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08일(火)
화선지 위에 충만한 자연의 리듬·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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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선구, 망상의 넋, 70×135㎝, 지본수묵담채, 2005
새털처럼 가볍고 얇은 화선지는 평범하지 않은 물성의 종이이다. 오묘한 울림을 주는 먹의 유현함이 필촉의 리듬을 탈 때마다 추임새로 화답하는 종이. 유현함을 더 유현하게, 산뜻함을 더 산뜻하게, 감미로움을 더 감미롭게 하는 신비의 종이가 화선지다. 영혼이 스캔될 수 있다면 이 또한 화선지의 몫이다.

다섯 해 전 세상을 뜬 화가 강선구는 화선지를 여러 겹 붙여나가면서 여기저기를 긁거나 오려내는 독특한 화면을 일구었다. 자신의 미학적 모토가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다.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을 바쳐 귀의하고 예배’하듯 화업에 임한다는 것이며, 언제나 경건하게 종이를 다루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작가에게 리듬과 에너지로 충만한 자연의 본질은 다중적이다. 반 고흐가 소용돌이치는 내면을 바깥 세계에 이입했다면, 이에 덧붙여 작가는 다중적 세계관으로 튜닝했다. 종이를 겹겹이 붙여나가야 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오직 홀로 누리를 비추는 해, 이마저 꽃의 얼굴을 하고 있구나.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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