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못받는 최저임금 개편… 노동계 “옥상옥”· 경영계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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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온전한 1만원 쟁취”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발표한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한국노총에 ‘최저임금삭감법 폐기’를 주장하는 벽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재계 입장만 듣고 구조 개악
인상정책 사실상 포기한 것”
양대노총, 공동투쟁 움직임

“업종·지역별 구분 논의 없어
결국 정부 입김만 더 커질것”
경영계, 차등적용 제외 불만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을 놓고 8일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며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강력 반발했고, 경영계는 업종별·지역별·연령별 차등적용 도입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드러냈다.

8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개편안의 입법을 막기 위한 공동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를 두는 결정구조 이원화가 최저임금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구간설정위에서 전문가가 먼저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결정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도 이미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는데, 최임위 내에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구간설정위를 따로 만드는 건 불필요한 이중의 일을 하는 옥상옥(屋上屋)과 다르지 않다”며 “9일 열리는 최임위 근로자위원 워크숍에서 민주노총과 함께 구체적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7일 성명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폭은 통계와 분석이 필요한 전문가의 연구·분석 영역이 아니다”며 “실제 현장에서 저임금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먼저 반영돼야 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재계의 입장만 받아들여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악을 강행한다면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신음하는 부끄러운 한국사회 현실을 바꿀 기회를 발로 차버리는 결과를 부를 것”이라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경영계는 대외적으로는 기업의 지불능력을 최저임금 결정 논의에 반영한다는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차등적용 방안이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이미 최저임금을 올릴 대로 올린 후에 속도 조절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더라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이상 결국 정부의 입김대로 정책이 추진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은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 불거지던 지난해 7월 법제화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 기업의 지불능력·고용여력·생산성 등에 대한 고려가 중점적으로 다뤄져야 하고,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 방안 등도 심도 있게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당장 생계유지가 불확실한 영세기업에 대해 애초 검토하기로 한 구분적용이 언급되지 않은 점은 유감”이라며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못하는 소상공인과 그 외 기업에 대한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필요하다”고 공식입장을 내놨다.

최임위 공익위원 선정 방식을 현행 고용노동부 장관이 일괄 제청하는 방식에서 노사가 추천하고 순차배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에 관해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순차배제 방식을 적용하면 극단적 시각과 단점을 지닌 전문가를 배제하고 조금 더 중도적인 입장의 전문가들로 구성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진영·김윤림·김성훈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