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TV세상>장사 의지 없는 사장, 왜 출연 시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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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새해에도 이슈의 중심이다. 이번엔 청파동 골목의 피자집과 고로케집이 문제다. 그전부터 ‘골목식당’은 욕하면서 보는 예능으로 분노를 자극하며 승승장구해왔다. 이번엔 ‘욕받이’ 출연자가 둘이나 동시에 등장해 공분이 더 커졌다.

그렇게 양적으로 공분이 커진 것에 더해 질적으로도 공분의 성격이 심화됐다. 이전엔 시청자들이 출연한 사장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지식이 너무 부족하다며 화를 낸 것이었다. 충무로 필동 멸치국수집 사장은 백종원의 조언을 잘 따르지 않아서, 대전 청년구단 막걸리집 사장은 비대중적인 자신만의 막걸리관을 지키려 해서, 뚝섬 경양식집 사장은 부족한 실력에 자신만의 고집까지 더해져서, 해방촌 신흥시장 원테이블 사장들은 철없어 보이는 태도 때문에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에겐 어쨌든 장사를 제대로 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원테이블의 경우에는 파티공간대여 개념이어서 음식점에 올인하는 장인정신 결여가 결정적 흠결이 아니었다.

이번 청파동 피자집, 고로케집 사례가 질적으로 다른 것은 음식점을 내세웠으면서도 이들에게 음식장사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고로케집 사장의 꽈배기 만드는 실력이 조보아가 인터넷 동영상을 보며 하루 연습한 실력과 비슷했다. 이러니 초보라서 실력이 완성되지 못한 게 아니라 아예 의지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가게 운영이 마치 취미생활처럼 보였다. 피자집은 더 심각했다. 40분 이상 걸려 국수를 내놓는데 그게 먹을 수 있는 상태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그러고도 시식단 손님에게 미안해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이러니 시청자들이 분노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들이 결국 방송으로 대박가게가 될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그것은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구도다. 세상엔 정말 열정을 다해 일하면서도 지식 부족, 인지도 부족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많다. 그런 사람들을 놔두고 아무 의지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방송이 덜컥 대박가게 사장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공정할 순 없다. 이런 모습을 TV 예능으로 보고 즐거워할 국민이 있을까?

이번 청파동 편엔 국민이 감동받을 장면도 나왔다. 수십 년 동안 함흥냉면에 정진했지만 인지도가 없어 폐업위기에 몰렸던 냉면집을 백종원이 조명했다. 마침내 실력을 인정받은 냉면 장인은 눈물을 글썽였다. 바로 이런 광경이 시청자에게 감동과 행복을 전해주는 골목식당의 명장면이다. 피자집 등은 그 반대의 느낌을 준다.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포방터시장 홍탁집 아들도 장사할 의지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홍탁집엔 불편한 몸으로 가게를 지키는 어머니가 있었기에 시청자가 아들 개조 프로젝트를 응원할 수 있었다. 이번엔 그런 것도 없어 시청자에게 오롯이 불쾌감만 주고 있다. 제작진은 이런 설정을 ‘성장드라마’로 봐달라고 한다. 그러나 의지가 없는 사람을 방송이 대박집 사장으로 만들어준다는 불공정함 때문에 불쾌한 성장드라마로 비친다는 점이 문제다. 그것이 이전의 공분 사태와 이번 사태가 다른 지점이다. 똑같이 ‘욕받이’ 사장을 섭외하더라도 불쾌형 성장드라마가 아닌 공감형 성장드라마로 어떻게 풀어갈 건지를 고민하는 것이 제작진에게 남겨진 숙제다.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