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넥슨 매각과 게임산업 재도약 절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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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유명한 기타 연주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배경음악과 제목으로 사용하는 주말 드라마가 화제다. 이 드라마는 ‘알함브라 궁전’이 있는 스페인 남부의 그라나다를 주요 배경으로 하면서도 증강현실(AR)을 통한 게임을 소재로 삼고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AR 게임은 2년 전에 출시돼 선풍을 일으켰던 포켓몬 고로 인해 대중에 알려졌는데, 이제는 주말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할 만큼 친숙해졌다. 앞으로는 5세대(5G) 이동통신의 상용화와 함께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오프라인 환경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다가 온라인게임 비즈니스 모델을 선도적으로 개발하면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선전해 왔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규모는 세계 4위이며, 게임산업은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게임 전문 채널도 한국에서 처음 나왔고 SK텔레콤, KT 등의 대기업이 프로 게임팀을 운영하면서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에게 수십억 원의 연봉을 지급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e스포츠 강국으로 인정을 받는다. 앞으로 AR 게임이나 가상현실 게임 시장이 본격 성장하면 국내 게임산업은 이 기회를 살려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게임산업은 우리 경제의 효자로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나 현실은 정반대다. 효자 대우는커녕 4대 악 가운데 하나로 몰려 셧다운 제도와 같은 강한 규제의 대상이 될 정도로 게임산업은 사회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심지어는 게임산업 1위 기업인 넥슨까지 최근에 매물로 나올 정도로 게임 기업을 운영하는 일은 매우 고달픈 일이 됐다.

그런데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욕구와 강한 수요가 존재하는 한 게임산업의 기회는 지속될 것이다. 만약 우리가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완화하지 않고 게임산업을 진흥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한다면 게임산업의 기회는 미국이나 중국 기업들의 몫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계속 게임산업을 천덕꾸러기로 대접한다면 한국은 멀쩡한 효자 산업을 죽이고, 게임을 교육이나 의료 등에 접목해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산업 간 융합 기회도 날리는 우를 범하게 될 수밖에 없다.

게임산업은 미운 점이 다소 있어도 우리에게는 든든한 효자 산업이다.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게임산업을 제대로 대우하려면 우선적으로 게임산업의 공과(功過)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게임은 높은 산업적인 가치를 갖는 반면에 게임중독 등의 심각한 역기능 또한 초래하므로 게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게임의 산업적 가치와 사회적 비용을 추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게임산업에 대한 진흥이나 규제의 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또한, 현재 적용되고 있는 게임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주도로 도입한 셧다운제는 어른의 아이디를 도용해서 게임을 하거나 해외 게임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피할 수 있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게임중독이나 과몰입 문제는 규제로는 해결할 수 없으므로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미디어 교육을 제도화하고 사후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체제를 정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게임업계의 자율 규제와 사회적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 혼자만 잘사는 아들은 효자가 아니다. 게임산업이 게임으로 번 돈을 제대로 사용해서 우리 사회의 진정한 효자로 인정받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