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찬의 에어 카페>‘나만의 작품’을 따라…‘사랑의 여행’을 떠나보자

전 세계 베스트셀러이자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낸 ‘해리포터’는 학창 시절 나에게도 인상 깊은 책으로 남아 있다. 첫 에피소드는 선물로 시작됐는데 그 두 권을 순식간에 읽어버린 후 당시 나왔던 열 권의 책을 이틀도 안 돼서 다 읽어버렸다. 다음 작품이 나오기를 항상 고대했고 영화나 게임이 나올 때도 언제나 관심이 갔다. 해리포터와의 인연은 비행을 시작하면서도 다양하게 이어졌다. 로스앤젤레스와 오사카(大阪)에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는 해리포터 놀이기구가 생기자마자 여러 번 그 생동감을 느끼러 갔고 시애틀 워싱턴대에 모티브가 된 도서관이 있다고 해 찾아가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본의 아니게 조앤 K 롤링의 여정을 따라가기도 했다.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와 포르투갈로의 여행이었는데 롤링이 작품을 집필했던 카페와 배경이 된 여러 명소를 방문해 마치 작품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많이 받았다. 나 말고도 그의 작품세계를 따라 여행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특별하지 않은 카페가 특별한 곳이 돼 사람들이 붐비고 작은 서점에 그저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입장료를 받기도 했다. 그래도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그곳에 앉아서 혹은 그 근처에서 나도 글을 쓰고 사진을 정리하며 작가의 기운을 듬뿍 받아가는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단 한 작품과의 러브스토리만으로도 내 여행과 비행이 훨씬 풍성해졌다. 다른 작품과 사랑에 빠진 친구들은 또 다른 여행을 기획하기도 한다. 뮤지컬 ‘시카고’를 참 좋아하는 한 친구는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기도 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그들의 공연을 접하고는 그해 휴가 때 뉴욕으로 날아가 브로드웨이에서 오리지널을 경험했다. 같은 배우들이 한국에서 했던 작품과 큰 차이가 없을 듯했는데 그 친구는 뉴욕의 공연장에 들어가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돌아오는 여정은 시카고에서 오는 편수로 정하면서 직접 그 도시의 기운을 느끼고 오기도 했다. 반 고흐의 작품을 참 좋아하는 다른 친구는 유럽에 갈 때 항상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반 고흐를 만나고 간다. 단 몇 시간의 경유 일지라도 굳이 시내로 나가 반 고흐 뮤지엄에 들러 작품을 보곤 했다. 해마다 많은 작품이 외부 전시에 나가기도 하고 주제에 따른 다양한 기획이 펼쳐지기 때문에 항상 다른 느낌을 접한다고 했다. 또 국내 혹은 해외 다른 지역에 전시가 잡히면 그해 여행을 그 일정에 맞추기도 한다.

장르에 상관없이 특정 작품과의 이런 러브스토리는 여행의 목적과 의미를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음 여행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살면서 한두 번 정도는 이러한 작품과의 로맨스를 꿈꾸어 보자. 사랑하는 사람과의 러브스토리가 삶을 훨씬 아름답게 만들듯이, 그 작품들이 여행을 훨씬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이다.

대한항공 승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