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가족’ 그림책으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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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 이수지 글·그림 / 비룡소

내가 아는 탄이도 이 그림책의 주인공처럼 검은 개다. 탄이는 큰 산 아래에서 하얀 개 산초와 다정한 가족들과 신나게 살았다. 멀리 있지만 사진이며 영상으로 탄이 얘기를 듣고 보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얼마 전 탄이가 갑자기 많이 아파서 병원으로 실려 갔다. 잠을 못 이루면서 탄이가 깨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살아있는 한 존재와 알게 된다는 것은 작은 인연이라도 깊고 어쩌면 두렵기도 한 일이다. 그가 영원히 우리 곁에 있기를 바라는 것도 당연한 마음이다.

‘강이’는 이수지 작가가 사랑하는 검은 개 강이의 사연을 담은 그림책이다. ‘파도야 놀자’를 비롯한 경계 3부작이 그랬듯이 자유로운 흑백의 선과 의미를 응축하는 색의 사용으로 오직 이야기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전작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강이’라는 강렬한 인물의 존재다.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첫눈처럼’ 강이를 만난다. 책장을 넘기면서 목마른 강이, 배고픈 강이, 목마르지 않은 강이, 배고프지 않은 강이, 하얀 세상의 강이, 검은 밤의 강이를 사랑하게 된다. 강이의 식구들인 산이와 바다, 할아버지네 강아지 구름이도 우리와 같은 마음이다. 누군가의 개에 대해서 전해 듣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강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작가는 이 그림책의 장면들을 그리려고 종이를 펼치고 앉아 있으면 그 안에서 강이가 보였다고 한다. 저절로 떠오르는 강이의 모습을 화면에 고정한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또 그렸고 책상 위가 강이 그림으로 가득 찼지만 강이를 그리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한다. 책 속에서 강이와 함께 등장하기도 하는 산이와 바다는 그림책 속의 강이를 보는 일이 너무나 슬퍼서 제발 그리지 말아 달라고 했고, 그림을 보지 않겠다고도 했지만, 결국 보았고, 많이 울었다. 이 그림책 덕분에 마음이 괜찮아졌으나 다시 괜찮지 않다고 했다. 흐느낌과 울음을 멈추지 못했던 것은 작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강이가 이제 곁에 없기 때문이다.

독자는 강이를 몰랐다가 강이를 알게 되었을 뿐이다. 다만 한 권의 그림책으로 만난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이는 우리를 함께 울고 웃게 한다. 이 세계의 강이는 없지만 그림책 속의 강이는 눈부시게 파란 하늘 아래서 달리는 중이고 산이와 바다의 품에 안겨 행복하다. 하나도 슬프지 않은 작품에서 작가의 눈물이 느껴지는 것은 모든 기쁨 뒤에는 우리가 모르는 슬픔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해에도 세상의 수많은 강이가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빈다. 80쪽, 1만3000원.

김지은 어린이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