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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11일(金)
“反日·嫌韓… 한·일 수교 53년간 이렇게 장기적 위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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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외교가에서 ‘전략통’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 3일 진행한 문화일보와의 파워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쓰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은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말을 연상하게 함으로써 북에 ‘모호성의 이익’을 준다”고 지적하면서 “비핵화 대신 ‘북핵 폐기’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신각수 前 주일대사

7년간 양국 정상회담 끊어져
셔틀외교 하루빨리 복원하고
징용문제 등 복안 갖고 풀어야

日 법치 우선 vs 韓 정의 우선
구조적인 문제로 경색된 관계
과거 - 미래 투트랙 대응 필요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외교가에서는 일본통이자 외교전략가로 통한다. 그는 대한민국이 한반도 주변 국가들과 겪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 대한 우려가 깊다. 그의 눈에는 북한 문제를 두고 충돌을 빚고 있는 한·미 관계나 갈수록 다운그레이드의 길을 걷는 한·중 관계, 그리고 국가 정상들이 서로 대면(對面)조차 하지 않으려는 한·일 관계가 걱정이다. 인터뷰가 끝난 후 신 전 대사는 나라가 기울었던 구한말 고종이 일본의 간섭을 피해 아관파천 피란길을 갔던 서울 정동 ‘고종의 길’을 찾았다.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외교가 중요합니다. 외교관은 전문가입니다. 보통 대사가 되기까지 20∼30년이 걸립니다. 이런 사람들이 이전 정부 정책에 참여했다고 ‘적폐’로 몰리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사람이 가장 중한 거죠.” 40년 가까이 전 세계의 외교현장을 누빈 외교관의 진한 애국심이 느껴졌다. 신 전 대사와의 인터뷰는 지난 3일 서울 시내의 한 로펌 사무실에서 한 차례 진행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속보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이 전해진 10일 및 11일 전화와 서면에 의한 추가 인터뷰가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가 호전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일본 측의 겸허한 자세와 정치지도자들의 현명한 태도 필요성을 언급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언급은 원칙적인 것이다. 그런 측면도 없는 것은 아니니까 문 대통령의 그런 언급을 두고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구체적인 제안, 해결 방안을 갖고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 말로만 가지고는 안 된다. 그게 핵심이다.”

―그럼 한·일 관계는 왜 이렇게 경색됐나. 가장 큰 장애는 뭔가.

“결국은 상당히 구조적 원인이 있는 거 같다. 먼저 두 나라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전후 세대로. 또 한·일 간 격차가 거의 축소됐다. 구매력지수로 환산하면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2.5배인데, 인구가 2.5배이니까 ‘퍼 캐피타’로 계산하면 거의 같은 거다. 삼성, 현대차 등을 보면 2000년대만 해도 일본이 한 수 아래로 봤는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이후 격차가 확 줄어들었다. 일본의 보수 회귀, 우경화 이것이 상당히 구조화했고, 한국에서는 법과 정의에 있어 ‘정의 우선’이 됐다. 한국의 ‘정의 우선’으로 과거 한·일 간 해결된 줄 알았던 과거사 문제가 다시 나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 ‘국가 간 합의를 번복한다’는 반발이 나오는 거라고 보나.

“일본은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법치라는 가치를 지켜왔다.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일 수교 53년 동안 위기가 이렇게 장기화한 적이 없었다. 그런 과정에서 국민 간 감정에 괴리가 생겼다. 한쪽은 ‘반일’이 프레임화했고, 혐한도 굳어졌다. 그러면서 어떤 현상이 벌어졌냐면 상호 경원 내지는 상호 무관심이 됐다. 어떤 면에서 보면 상호 무관심이 상호 증오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한·일 관계가 그렇게 나빠지면서 실제로 어떤 문제가 생겼나.

“최근에 일본이 방위계획대강을 발표하면서 안보협력 대상국 순위에서 한국이 과거 2위에서 5위가 됐다. 원래 미국, 한국, 호주, 인도, 동남아 순이었는데 한국이 동남아 뒤로 빠졌다. 그런 거를 비롯해 방탄소년단(BTS) 방송 취소 사태, 욱일기 논란, 해상에서의 레이더 조준 논란 같은 일이 발생했다. 그런 게 계속 일어나니까 일본에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감정이 계속 일어난다. 한·일 간 여러 단체가 있어도 전부 제대로 기능을 못 한다. 이런 게 다 합쳐진 복합 구조적인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투 트랙’ 접근을 한다고 했는데 제대로 안 됐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사 트랙과 미래지향적 일반 트랙으로 간다고 했을 때 사실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과거사 트랙에서 문제를 일으키니까 일본에서는 계속 원 트랙이 되는 거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판결 이슈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입장이 분명치 않은 점이 문제인 것 같다.

“화해치유재단에 (일본 측 출연금) 57억여 원이 남아 있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계속 현안으로 가져갈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그렇게 선언을 하고 정리를 하든지, 아니면 그 돈을 일본에 돌려주든지, 아무런 행동은 없이 내버려만 두고 있다. 이런 게 결국 투 트랙의 나머지 현안에도 영향을 미친다. 강제징용 문제는 아마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다. 법원 압류가 개시됐고, 실제로 (처분 등) 집행이 이뤄지면 일본이 대응 조치를 내놓을 것이다. 우리가 ‘조치를 강구할 테니 기다리라’고 한다고 해서 일본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빨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의 대응 조치를 불사하고 가겠다면, 한·일 관계가 엄청 나빠지는 것을 각오하겠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에 따른 손해는 우리가 감수해야 한다.”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할까.

“빨리 두 개의 과거사 문제,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를 우리 복안을 갖고 일본과 협의해서 풀어나가야 한다. 지금 총리실에서 한다고 하는데 빨리해야 한다. 어쨌든지 간에 셔틀 외교를 빨리 복원해야 한다고 본다. 2011년 12월 18일 교토(京都) 정상회담 이후 두 나라 사이의 양자 정상회담이 없었다. 큰 문제다. 만 7년 이상 정상회담을 안 했다. 그러니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평창올림픽에 왔을 때도, 당시 북한 이슈로 제대로 대접도 안 해주고 밥도 같이 안 먹었다. 빨리 셔틀 외교를 복원하고, 양국 간 협력 가능한 건 빨리하고 지금 시급한 게 세계 경제가 불투명하니까 통화 스와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한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가입해야 하는데, 거기에 가입할 바에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못할 바도 없다고 본다. 한·일 FTA도 하고 CPTPP 가입도 하는 게 필요하다.”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면 한·일 관계가 더 악화할까 걱정이다.

“아베 총리 임기가 앞으로 2년 8개월 남았는데 이 기간 중 자기 치적으로 평화헌법 9조를 개헌하려 할 것이다. 사실 이미 2014년 7월에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해석 개헌을 했다. 보통국가라는 차원에서 정식으로 개헌하려고 할 거다. 그런데 의외로 일본 국민의 저항이 강하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60%가 반대다. 간단치 않은 문제다. 일·중 간 전략 대립이 아주 심해져 일본 국민이 중국의 공세적 군사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평화헌법은 마지노선이라고 하는 심리적인 장벽이 작동하고 있다.”

―최근 문 대통령이 주재한 재외공관장 청와대 초청 만찬 헤드 테이블 자리 배치가 기억나나. 문 대통령 바로 오른쪽 상석에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가 앉았다. 왼쪽엔 노영민 주중국 대사가 앉았고. 주미 대사와 주일 대사는 후순위였다. 이 자리 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문화일보 2018년 12월 21일자 6면 참조)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이 자리 배치에 대해 사전 설명을 했다고 한다. 장관급 자리를 많이 한 사람 먼저, 또 장관급 횟수가 같으면 입법-사법-행정부 순으로 앉힌다고. 거기에 따라 우윤근-노영민-조윤제 대사 순으로 앉힌 것이라 하더라. 그래도 잘못된 건가. 왜 그런가.

“난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자리 배치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우리 입장에선 누가 뭐라든 한·미 동맹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미 대사가 제일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신년 인사에서 ‘되돌리기 어려운 평화’라는 표현을 썼다. 듣기 좋은 말이기는 한데 지금 신년 메시지로 적절한가.

“평화는 레토릭이나 분위기 이런 거에 의해서 되는 게 아니다. 한반도 평화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비핵화다. 북핵 폐기가 이뤄졌을 때 비로소 한반도 평화가 이뤄지고 그걸 제도화하는 게 한반도 평화 체제가 정착되는 거다. 비핵화의 큰 진전이 없는 지금 단계에서 되돌리기 어려운 평화를 얘기하는 건 너무 빠르다. 정말 무서운 게 ‘평화 환상’이다. 그건 곤란하다. 지금은 굉장히 엄중한 상황이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운운했는데.

“그건 한마디로 대미 압박용 발언이다. 북한이 2018년 들어 그간의 남쪽과의 긴장 대결 모드에서 교섭 모드로 전환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정체 상태가 계속됐고 그 후 6개월 이상 아무런 진전 없이 2019년으로 접어들었다. 김정은 신년사는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안 들어주면 교섭 모드를 깰 수도 있다, 나는 이런 말로 해석했다.”

―그런 의미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 전망은 어떤가.

“여러 변수가 있을 것이다. 첫째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내 정치 변화 속에서 어떤 상황이 될 것이냐다. 지금 듣기로는 특검이 3월쯤에 결론을 낸다고 한다. 또 하나의 변수는 미·중 간 무역분쟁이다. 이 두 가지가 트럼프의 올해 1분기를 좌우할 것이다.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처럼 하긴 어렵다. 2차 정상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안 열릴 수도 있다. 1차 때 워낙 성과가 없었는데 2차 때도 구체적인 성과가 없으면 가뜩이나 어려운 미국 국내 입지가 더 악화할 수 있으니까.”

―김정은의 4차 중국 방문은 어떻게 봐야 하나.

“김정은의 이번 방중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뒷배’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후원세력인 중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비핵화 교섭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미·중 무역협상에서 북한을 카드로 쓰는,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미국은 김정은의 4차 방중을 어떻게 평가할까.

“미국 입장에서 별로 좋은 것은 아니다. 교섭을 앞두고 북한이 상황에 몰려 있어야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이 더 있을 텐데 뒷구멍이 열린 것 아닌가. 미국 입장에서 좋을 까닭이 없지만 그렇다고 대외적으로 북·중 간 움직임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으니 ‘노 코멘트’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으로 봐야 한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의 이번 방중 후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서울 답방이 이어질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미·북 간에 뭔가 접촉이 있고 어느 정도 진전이 있으니까 그런 발언들이 나오는 것 같다. 이미 김정은이 중국에 갔다 왔는데 지금 한국에 먼저 와도 이득 될 게 없잖나. 우선 미국에 갔다 와서 그 결과를 갖고 남북관계로 연결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고, 문 대통령은 그런 점을 언급한 것 같다. 하지만 미·북 고위급 또는 실무회담에서 2차 정상회담을 위한 최소한의 여건을 조성하지 못하면 정상회담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디테일한 성과가 기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또다시 싱가포르 회담 때와 같은 유사한 합의를 만들어낸다면 그건 트럼프 행정부에 재앙일 것이니까.”

―구체적인 성과를 담아내는 조율된 사전 실무회담이 없으면 2차 정상회담이 안 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또 하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자기 제약이 있다. 그는 동맹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 합의’(JCPOA)를 깬 사람이다. 그런데 북한과의 협상에서 이란 핵 합의보다 못한 합의가 나오면 국내에서든 국제사회에서든 인정할 수 있겠나. 스스로 제약을 만들어낸 거다.”

―문재인 정부가 북핵 문제를 다룰 때 한·미 동맹이 우선돼야 하나, 남북관계가 앞서야 하나.

“나는 동맹이 우선이라고 확실히 얘기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북핵 문제는 대한민국 안보에 직결되는 것이고 한국의 안보는 연합방위체제에서 이뤄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사실상 핵 무장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면 더더욱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 억지가 우리 안보의 핵심 요소가 된다. 그렇다면 안보가 우선돼야 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9일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북한이 얘기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우리 정부의 ‘완전한 비핵화’에 차이가 있다”고 시인했다고 한다. 북한이 남쪽의 미 핵우산이나 전략자산을 핑계 삼아 비핵화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그렇다. 북한의 비핵화 논리와 우리 정부의 비핵화 논리는 충돌한다. 북한은 비핵화를 위해 남측과 미국의 핵우산 및 전략자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조선반도 비핵화다. 우리 정부는 북 비핵화를 ‘완전한 비핵화’로 표현하지만, 북한은 남북한을 포함한 조선반도 비핵화를 얘기한다.”

―정부가 그걸 모르나. 알면서도 모른 척하나.

“우리 정부가 그런 점을 알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남북 화해 모드를 깨고 싶지는 않을 거다. 그래서 난 ‘비핵화’라는 말을 선호하지 않는다. 비핵화 대신 ‘북핵 폐기’라는 말을 좋아한다. 비핵화라는 건 자꾸 한반도(조선반도) 비핵화라는 말로 연결된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북핵 폐기다. 또 하나, 북핵 문제는 한·미 동맹이나 주한미군 문제와는 분명하게 디커플링, 즉 다른 것이라는 전제 아래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전제를 무너뜨리는 게 조선반도 비핵화 논리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쓰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 자체가 언어의 불명확성에서 오는 일종의 모호성의 이익을 북한에 주는 것이다. 지난해 5월 판문점 선언 때에도 이런 용어를 썼다.”

―문재인 정부의 통일론은 어떤가. 레토릭은 분명히 좋지만 과연 실체가 있는 개념인가. 남북통일은 ‘헌법의 통일’로 이어져야 할 텐데, ‘김일성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헌법’이 하나가 될 수 있나. 북이 주장하는 연방제 통일 아니면 불가능한 것 아닌가.

“분단국 입장에서 통일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헌법상 당연한 명제이다. 레토릭이든 실질적이든 일단 통일은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통일이냐가 문제다. 분명히 말하건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권존중 이게 우리 헌법의 가치 아닌가. 한국이 지향하는 헌법 가치에 따른 통일이어야 한다.”
―2018년 한 해, 남북관계는 진전인가, 정체인가, 후퇴인가.

“일부 진전된 부분도 있고 일부 문제인 부분도 있다. 2017년에 비해 2018년에는 북한 도발이 사라졌고 남북관계를 화해 국면으로 끌고 간 점은 진전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공적이라고 평가해야 한다. 다만 남북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시도에서 지난해 9월 평양 남북군사합의서 같은 부분은 굉장히 문제가 된다고 본다. 또 대북 제재 해제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이나 국제사회와 의견 대립을 보인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남북 간 인도적 부분에서는 거의 진전이 없는 것도 아쉽다.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했어야 했다.”

―가장 적절한 비핵화와 북핵 폐기 로드맵은 뭔가.

“이미 2005년 9·19공동선언에 다 나와 있다. 그 선언에 몇 개의 바구니가 있다. 북핵 폐기 바구니, 평화체제 바구니, 경제 문제 바구니, 관계 정상화 바구니 등. 이 중 북핵 폐기는 북한이 해야 할 일이고 평화체제는 상호 해야 할 일이고, 나머지는 국제사회에서 해야 한다. 이걸 결합하면 된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일련의 수순에 비례하는 로드맵을 반영해야 한다. 북한에 가장 아픈 부분인 경제 제재 문제를 제일 후순위로 돌리고 덜 아픈 부분을 앞에 둬서 로드맵을 짜야 한다. 제일 중요한 건 한·미 간에 ‘이게 로드맵이다’라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걸 가지고 북한에 던지고 중국, 일본, 러시아를 끌어들여야 한다. 제일 중요한 건 1(북)대 5(남·미·중·일·러)의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북이 가장 아픈 부분이 경제 제재다. 그게 로드맵의 핵심적인 내용이 돼야 할 것 같다.

“그렇다. 북한이 왜 핵을 개발했나. 생존을 위해 개발했다고 본다. 북이 언제 핵을 포기하나. 생존을 위협받을 때 포기한다. 언제 생존이 위협받나. 국제사회의 ‘최대한의 압박’이 있을 때다. 원래는 국제사회의 경제적 압력과 군사적 압력이 있었는데 군사적 압력은 작년에 날아갔다. 남은 건 경제적 압력이다. 경제적 압력의 핵심은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이걸 통해 중국까지 한·미의 비핵화 로드맵에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전망이 그렇게 밝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대사님이 예상하는 비핵화, 북핵 폐기의 실질적인 최대치는 무엇인가.

“북한의 핵 폐기 정도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비례한다. 압력이 세면 셀수록 포기하는 부분이 많아질 것이다. 또 북한은 우리가 원하는 개혁·개방은 안 할 것이다. 그저 체제 생존을 위한 개혁·개방을 할 것이다. 이번 신년사를 봐도 북한은 자력갱생을 얘기했다. 뒤집어 보면 김정은은 버틸 때까지 버텨서 핵은 가져가고 경제적 생존을 위한 나름의 공간도 확대하겠다, 이런 생각인 것 같다.”

―김정은의 궁극적인 꿈은 뭘까.

“파키스탄형 북한을 만드는 것 아닐까. 더 설명하자면 사실상 핵보유국이면서 체제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인 거다. 어느 정도의 핵 폐기를 통해 대북 제재 완화를 이루고 어느 정도 먹고사는 나라를 만드는 게 목적일 것이다. 북한 체제는 일반적 공산주의와 다르다. 내가 보는 북한 사회는 공산주의라는 것은 형해화됐고 실은 천황제, 기독교, 조선왕조의 특성을 다 합친 것이다. 그게 주체사상이다.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베트남 정도의 시장 자유화도 못한다. 그렇게 보는 게 합리적인 해석일 것이다.”

―미국이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높은 수준의 대북 제재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어느 수준에서 북한과 거래하려 하지 않을까.

“미국이란 국가 자체로 볼 때와 트럼프라는 특이한 행위자 특성까지 고려할 때 다를 수 있다. 미국이란 국가 자체는 북한의 핵무장을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트럼프의 행위자로 가면 좀 달라질 수 있다. 그는 일종의 ‘과장의 인질’이 돼 있다. 자기 업적을 굉장히 부풀려서 잘했다고 한다. ‘잘됐는데 뭐가 문제냐’는 과장의 인질이 되는 바람에 자기 스스로 그걸 뒤집지 못하는 맹점이 생긴다. 싱가포르 선언 4개 합의 항목을 보면 추상적이고 얻어 낸 게 없다. 그런데 북핵 위협이 없어졌다고 트럼프는 주장한다. 이를 뒤집을 수 없는 것이다.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당면한 미국의 이익 중시 경향이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라면,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본토를 위협하는 수단만 제거할 수 있다면 대북 제재를 완화해줄 수도 있는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미국은 북한이 ICBM을 폐기하고 핵 동결하고 비확산 하면 그 정도로 괜찮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경우 중·단거리 미사일에 ‘60개±α’의 핵탄두는 남게 되는 거다. 결국 한국과 일본에 대한 핵 위협은 그대로 남는다. 우리로서는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사는 거다. 이건 가짜 평화다. 올해가 결정적인 시기라고 본다. 최근 미 NBC 방송이 2020년이 되면 북한이 핵탄두 100개를 가진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핵무장의 완성이다. 그러면 이스라엘형이 된다.”

―정부의 4강외교를 총괄평가해 달라.

“우리는 지정학적 여건에서 주변국 외교가 중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안타까움이 많다. 한·미 관계는 북한 문제와 관련한 조정 부족에 따른 충돌이 진행 중이고, 지난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1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는 업그레이드가 아닌 다운그레이드로 가고 있다. 한·일 관계는 최악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제언하고 싶은 말은.

“북핵 문제나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해서만큼은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렇게 남·남 갈등이 많은 상황에서는 정책이 힘을 낼 수 없다. 보수와 진보를 망라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우리는 5년마다 ‘빽도’로(‘거꾸로’의 뜻) 가게 된다. 정부는 적폐청산이 아니라 제도청산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외교가 중요하다. 외교관은 전문가다. 보통 대사가 되기까지 20∼30년이 걸린다. 이들이 이전 정부 정책에 참여했다고 적폐로 몰면 안 된다. 대한민국 외교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다.”

인터뷰 =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
e-mail 허민 기자 / 정치부 / 부장 허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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