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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11일(金)
기자회견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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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회견 형식만 차용할 뿐 국정 연설에 가깝다. 미국 대통령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백악관 브리핑룸에서나 헬기 탑승을 하기 전 잠시 스탠딩 기자회견을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기자회견에 아주 인색했다.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시작된 신년 기자회견은 형식 면에서 미리 질문을 짜고 하던 데서 10일 문 대통령 신년 회견처럼 타운홀 방식의 자유로운 질의·응답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횟수만큼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소통’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공식 기자회견은 이번 회견을 포함해 딱 3번이다. 국내 언론과는 제대로 인터뷰를 한 적이 없고 가끔 순방길에 기자회견을 하지만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마치고 뉴질랜드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가진 기자회견 땐 “국내 문제는 질문하지 말라”고 질문 자체를 막아 논란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3번 기자회견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20번 기자회견을 했지만, 라디오 연설은 107차례 했다.

문 대통령의 10일 신년 회견 역시 정상적 기자회견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기자회견은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기자들이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자리다. 그런데 이날 모두 발언 형식의 신년사는 청와대 본관에서 30여 분 동안 혼자 진행했고, 영빈관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했다. 이동하는 동안에는 미리 준비한 영상물이 방영됐는데 ‘탁현민식 쇼’를 보는 듯했다. 기자회견의 배경으로 이런 영상을 넣는 것은 기자를 홍보비서관이나 들러리로 여기는 발상이다. 청와대 출입 기자 200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하는 타운홀 방식도 기자회견의 정도(正道)는 아니다. 언론의 기능, 기자의 역할에 대한 무지(無知)나 무시(無視)로 보인다. 물론, 언론의 책임도 무겁다. 이런 기자회견이라도 감지덕지 응하는 듯한 현실은 더 서글프다.

매번 구설을 낳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기자회견을 할 때는 기자와 싸움 일보 직전까지 갈 정도로 치열하게 말다툼도 하고 수많은 공격적 질문에 소신껏 답변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질문에 수시로 답해야 할 의무가 있고, 기자는 두루뭉수리 식이 아니라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1년 뒤에 이런 개탄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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