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청년층 ‘정규직 고용’ 가능성 낮춰”

비정규직 고용마저 어렵게 해
국책기관서도 전환정책 회의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전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주장이 나왔다. 11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청년층 비정규직의 고용형태 이행확률의 추정’(최요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문연구원) 보고서는 이 같은 주장과 함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의 정규직 고용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이중노동시장화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밀어붙이는 태도를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바람직한 노동시장 정책 달성을 위해 필요한 요건으로 △전체 일자리 수 증가 △좋은 일자리 수 증가를 꼽았다.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만큼, ‘비정규직의 덫’ 때문에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을 어렵게 하고 현재 많은 비정규직 고용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최요한 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비정규직 선택은 정규직으로 이행하지 못하고 비정규직 노동시장에 머무르게 하는 덫일 가능성이 크지만, 정부의 개입이 경제성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도 고려해 바람직한 노동시장정책의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이행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못 하고 있음도 인정했다.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1년 전 비정규직이었던 여성이 1년 후 이행한 고용형태는 비정규직이 48.1%로 가장 많았고 미취업 33.4%, 정규직 15.0%, 비임금근로 3.5% 등이 뒤를 이었다. 남성 또한 비정규직이 52.3%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미취업 24.4%, 정규직 19.6%, 비임금근로 3.8% 등의 순이었다. 반면 1년 전 정규직이었던 여성이 1년 후 이행한 고용형태는 정규직 63.9%로 가장 많았고 미취업 28.4%, 비정규직 4.6%, 비임금근로 3.0% 등이 뒤를 이었다. 남성 또한 정규직이 74.3%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미취업 18.1%, 비정규직 4.6%, 비임금근로 3.1% 등의 순이었다. 분석엔 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 12∼19차(2009∼2016년) 자료가 쓰였으며, 20∼40세 남녀로 분석 대상을 한정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선택은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선택이 될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