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기피하는 ‘시골판사’ 자원한 서울고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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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주, 이달 파주시법원장으로
여수로 간 박보영 前대법관 이어
양승태 업적 ‘원로법관제’ 선택
고위법관 출신이 1심 소액재판

崔 “14년만에 1심… 기분 묘해
원로법관이 젊은법관 도와야”

최완주 서울고등법원장(61·사법연수원 13기·사진)이 파주시법원장에 임명된다. 30여 년의 경력을 지닌 최 법원장이 전관 변호사로 개업하는 대신, ‘시골판사’로 불리는 시·군법원 판사가 되겠다는 뜻이다.

최 법원장은 11일 “시·군법원은 젊은 법관들이 가기 힘든 외진 지역에 있기 때문에 (시법원장행을) 선택했다”면서 “진짜 시골판사로 조용히 살고 싶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으로 있던 2005년 이후 처음 1심 법원으로 돌아간다”면서 “다시 재판을, 그것도 1심 소액재판을 맡게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소액 재판은 3000만 원 이하의 사건으로 서민들이 소송당사자인 경우가 많아, 변호사 없이 나홀로 소송에 나서는 게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향후)변호사들과 법률용어로 ‘정돈된 소통’을 하면 좋겠지만, 때로는 소송당사자의 말을 직접 듣는 게 심리에 도움이 될 때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법원장이 28일 이뤄질 고위법관 인사에서 파주시법원장으로 근무하면 ‘원로법관’은 10명으로 늘어난다. 현재까지 원로법관으로는 지난해 8월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 소액사건전담 판사에 임명된 박보영 전 대법관을 포함해 총 9명이 재직하고 있다. 원로법관은 고법 부장판사와 일선 법원장을 거친 법조 경력 30년 이상의 고위 법관을 다시 1심 법원에 배치하는 제도다.

평생법관제의 일환으로 2017년 처음 도입된 원로법관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대표적인 업적이다. 고위 법관들이 퇴임 후 전관 변호사로 나가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제도적으로 완전히 정착될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법원 안팎에서 계속됐다. 특히 올해 원로법관으로 나갈 순번인 법원장급 인사 3명이 사의를 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우려가 더해졌다. 이 때문에 원로법관을 ‘정원 외 시간제 법관’으로 법안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원로법관을 ‘정원 내’로 둘 경우 사무분담에서 다른 판사와 갈등을 일으킬 소지 등이 있기 때문이다. 최 원장도 “원로법관들이 정원 외 인력이 될 수 있게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면서 “그래야 후배 법관들이 (원로법관이) 자신들 자리를 뺏는다기보다 도와준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