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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11일(金)
사상 첫 前대법원장 검찰 출두와 ‘적폐 프레임’ 狂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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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에 어떤 성역도 있어선 안 된다. 전직 대통령들은 이미 예외가 없다고 할 정도로 줄줄이 사법처리를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장의 경우엔 쿠데타 등 헌정 중단기에조차 범죄 피의자로 전락한 전례가 없다. 그만큼 법치의 최후 보루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기를 대통령보다 길게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2019년 1월 11일 사법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양승태 전(前)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있다.

상황이 중대할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우선, 양 전 대법원장은 불법에 대해선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본인도 “모든 책임을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다음으로, 법치와 정치를 구분해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정치적 공격을 하는 것과, 사법적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수사 및 기소, 그리고 재판은 오직 법리와 증거에 의해서 진행돼야 할 것이다. 이런 원칙에 입각해 양 전 대법원장 혐의를 보면, ‘재판 거래’ ‘판사 블랙리스트’ 등 40여 가지 국기문란 범죄라는 포장과 달리 형사사법 차원의 법리와 증거 측면에선 무리한 부분이 수두룩하다. 검찰은 지난 7개월 동안 50여 명의 수사팀을 투입해 80명이 넘는 전·현직 법관을 소환해 수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박병대·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잇는 연결고리를 만들려고 했지만 박·고 전 처장 구속영장은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이 있다”며 기각됐고, 유일하게 임 전 차장만 구속된 상태다.

재판 거래 또는 재판 개입 논란은 법리적으로 ‘직권남용’ 문제다. 그러나 대법원장에겐 그런 법적 권한 자체가 없어 직권남용 법리가 성립되기 어렵다. 이미 대법관 13명 전원이 “사실무근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입장도 내놨다. 핵심 혐의인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 주심 대법관에게 청와대 입장을 전달하고, 피고 측 변호인을 만난 것 등이 부적절한 행동일 수 있지만 불법으로 보긴 힘들다. 임 전 차장의 검찰 진술과 행정처 판사의 업무 수첩 등이 물증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스모킹 건’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판사 블랙리스트도 이미 3차례에 걸친 법원 자체 조사에서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전임 사법부를 ‘적폐’로 몰겠다는 프레임에 따른 광풍(狂風)으로 보는 게 이상하지 않다. 법치가 만신창이가 된 데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와 현 검찰 책임이 크다. 국민은 앞으로의 수사·기소·재판 추이를 냉정하게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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