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로 인기 쌍끌이 ‘28년차 배우 염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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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사 아내로 열연
529만 관객·19% 시청률
‘염정아 패션’ 유행도 화제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

벌써부터 2019년 최고의 명대사로 꼽히는 문장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 주말극 ‘SKY캐슬’(오른쪽 사진)에서 주인공 한서진이 자녀의 인성을 두고 이웃과 다투다 내뱉은 이 한 마디는, 고상한 척 대한민국 상위 1% 사모님으로 살던 한서진의 정체를 드러내는 동시에 그동안 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각인돼 있던 배우 염정아가 자신의 틀을 또 한 번 깨는 순간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데뷔 28년 차인 염정아는 2018년 말, 2019년 초를 가장 뜨겁게 살고 있는 배우다. 지난해 연말을 앞두고 개봉된 그의 주연작 ‘완벽한 타인’(왼쪽)은 529만 관객을 동원하며 하반기 선보인 한국영화 중 최고 기록을 냈고, 바통을 이어 11월 말부터 전파를 탄 ‘SKY캐슬’은 12일 방송된 16회가 전국 시청률 19.2%(닐슨코리아 기준)로 종합편성채널의 모든 콘텐츠를 통틀어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두 작품의 중심에는 염정아가 있다.

공교롭게도 염정아는 ‘완벽한 타인’과 ‘SKY캐슬’에서 나란히 전업주부로 등장한다. 각각 ‘잘나가는’ 변호사, 의사의 아내로 자녀 교육에 신경쓰는 동시에 전문직에 종사하는 가부장적인 남편의 말에 순종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완벽한 타인’의 수현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보수적인 남편이 싫어하는 화려한 속옷을 몰래 입는 정도로 일탈을 꿈꾼다면, ‘SKY캐슬’의 서진은 남편의 격에 맞게 기품 있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기분이 상하면 어릴 적 선지를 파는 술주정뱅이의 딸 곽미향(극 중 그는 자신의 과거를 숨긴 채 한서진으로 살고 있다)으로 돌변해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라고 거세게 몰아붙이는 인물이다. 현재 ‘SKY캐슬’을 촬영 중인 염정아는 제작진을 통해 “대본으로 봤을 때도 깜짝 놀랐다”면서도 “제가 그 대사를 한다는 건 쾌감이 있었다. 너무 재밌었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두 작품 속 염정아는 특히 여성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전문직 남편과 공부 잘하는 자녀, 모두가 부러워 할만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은 잃고 방황하는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전업주부들의 다양한 모습을 응축하고 있다.

또한 두 작품 모두에서 시어머니라는 존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설정 역시 공감을 산다. 아울러 어느덧 4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한 미모를 유지하며 남다른 착장으로 ‘염정아 패션’이라는 유행까지 만드는 그는 대중에게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JTBC 관계자는 “염정아는 현실과 판타지를 적절히 오가는 캐릭터를 구축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며 “무엇보다 흠잡을 데 없는 일취월장한 연기력이 인기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