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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14일(月)
‘전속작가제도’는 시대착오… 화가를 세상과 격리된 노동자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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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오, 병사들에 의해 갇힌 그리스도, 92.1×72.4㎝, 유화, 1932, 뉴욕MoMA 소장.
표현주의적 화풍 완성한 루오
전속계약후 창작 자유 빼앗겨


젊은 청년들이 위험한 산업현장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는다.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다. 특히 비정규직들이 위험에 내몰리다 보니 ‘위험의 외주화’가 문제라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진단이다. 또 한 청년이 일터에서 생을 다했다. 그는 정규직이었다. 문제는 정규직이고 비정규직이고 간에 위험한 산업현장에서 배겨날 목숨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전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정규직이 불사조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일이 도처에 넘쳐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미술품 유통법’도 예외는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7년 제출해 국회에 계류 중인 ‘미술품의 유통 및 감정에 관한 법률(안)’에서 핵심 조항으로 추진했던 ‘미술품 등록 및 거래이력신고’ ‘화랑경매업 겸업 금지’ ‘유통통합종합전산망 구축’ ‘위작 미술품의 수거 및 폐기’ 등을 삭제해 제출했다. 아마 이 법은 미술시장의 불합리한 요소를 일거에 해소하고 건전하고 투명한 미술시장을 만들겠다는 선의로 시작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시장과 생태계에 대한 이해 부족은 미술동네 사람들의 반발 및 지적과 조언으로 따귀(뼈다귀) 빼고 기름 빠진 법안이 돼 국회에 가 있다. 이런 정도의 내용이라면 굳이 법률로 국회에 제출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런데 이번에도 문체부는 연초부터 ‘전속작가제도’를 들고 나왔다.

오늘날 미술시장 시스템은 수백 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긴 시간을 거치면서 오류를 경험하고, 실수하면서 이를 고치고 다듬어 오늘에 이르렀다. 또 지금 이 시스템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계속 변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미술시장 시스템은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사양산업이 됐다. 인터넷 경매와 아트페어의 활성화, 젊어진 고객층의 기호와 생활패턴이 달라졌고 미술 생태계도 확실히 변했다.

예를 들면 젊은 작가들은 화랑이 아닌 비영리 전시공간의 공모를 통해 데뷔한다. 전속작가제도 마찬가지다. 이는 마치 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예인과 계약을 통해 훈련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추후 이익을 나누는 것과 같다.

▲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전속작가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술동네에 존재했다. 그리고 2000년쯤 시장의 활황으로 새로운 화랑들이 진입하면서 시장에서 인기 있는 작가들을 전속이라는 제도로 묶어, 아틀리에 제공과 월 생활비, 제작비 지원 등을 통해 독점하는 공격적인 행태들로 나타났다. 이때 일부 인기작가는 새로운 화랑으로 옮아갔다. 그 후 주춤하더니 요즘은 다시 국내외 미술계를 막론하고 성실과 신의의 원칙 아래 ‘암묵적 전속제도’로 돌아와 자리를 잡은 듯하다.

사실 전속제는 작가들이 작업에 전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제도인 동시에 화랑은 자기 작가를 육성해 독점하는 제도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듯 전속작가제도가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직 느끼는 것만을 그렸던’ 화가 루오(Georges Henri Rouault·1871~1958)는 거칠고 두꺼운 마티에르에 굵고 검은 윤곽선으로 표현주의적인 화풍을 완성한 대가다. 하지만 그의 삶은 고단했다. 이때 그의 그림을 알아본 화상 볼라르(Ambroise Vollard·1868~1939)가 전속계약을 제안한다. 그는 아틀리에는 물론 일정액을 매달 받는 조건으로 작업실에 있는 모든 작품을 주기로 한다.

1917년 이후 루오는 계약에 의해 판화 제작에 전념해야 해서 유화는 그릴 수 없었다. 그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노예였다. 그의 작업은 완성되려면 오랜 시간에 걸쳐 거듭된 붓질이 필요하다. 그러나 손댈 시간이 없어 미처 완성하지 못한 작품까지 모두 볼라르의 소유였다. 그 후 계약의 불합리함을 깨닫고 볼라르 사후에 재판을 거쳐 300여 점의 유화를 되찾았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가필할 여력이 없는 칠십 노인이어서 결국 모두 태워버렸다.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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