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 파문’ 커지는데… 警 ‘여성대상범죄근절단’ 6개월째 수장없이 제자리

일부선 “보여주기式 이벤트”
警 “조직개편 끝난 뒤 선임”

조재범 전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코치의 성폭행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8월 경찰청이 체계적인 여성 대상 치안 정책 수립을 목표로 발족한 여성대상범죄근절추진단이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추진단 설치는 민갑룡 경찰청장의 ‘1호 정책’으로 경찰청은 당시 “여성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그런데 추진단은 반년이 되도록 단장조차 임명하지 못한 채 조직 개편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추진단을 진두지휘할 단장 자리는 14일 현재도 공석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추진단을 설치하며 부단장에 경찰청 경무과장을 지내고 여성인 김숙진 총경을 임명했다. 단장엔 경찰이 아닌 학계 또는 시민단체 등 외부에서 여성 전문가를 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서별로 흩어져 있던 여성 대상 치안 정책들을 총괄해 ‘여성안전’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관련 기능을 조율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기겠다고도 했다.

이 와중에 경찰청은 추진단을 ‘여성안전기획관실’로 재편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와 기획관 직제 신설을 위한 협의를 마무리 짓고 예산 확보를 위한 심의를 요청한 상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조직을 개편하는 데엔 여러 부처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라며 “특히 외부 인사를 단장으로 임명하기 위해선 고위공무원단 직제가 신설돼야 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경찰 고위공무원단 직제 신설은 경찰청 일반사무를 지휘하는 행안부와의 조율이 필요하며 예산과 관련해선 기획재정부의 협조도 받아야 한다.

경찰 안팎에선 절차상의 문제로 수개월째 추진단의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 사이 성폭행 사건 등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경찰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경찰청이 추진단을 만들 당시에도 홍익대 누드모델 불법촬영(몰래카메라) 편파 수사 논란 등을 무마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민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서 “정부 직제개편은 전 부처를 한꺼번에 해야 하고 지금 그 시기가 됐다”며 조만간 인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