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대통령-기업인 간담회 ‘덕담 쇼’에 그쳐선 안 된다

2019년이 시작됐지만 덕담을 주고받기가 민망할 정도다. 대·중·소기업 및 영세 사업자의 어려움은 물론 졸업 시즌을 앞둔 청년층 취업난, 최저임금 효과를 상쇄하는 물가 인상, 수출과 반도체 경기의 위축, 이런 와중에 더 기세등등해진 기득권 노조 등 전방위 경제 위기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자주 만나는 것은 다행이다. 지난 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신년회에 이어 지난 7일에는 중소·벤처기업인 150명을 청와대로 초청했고, 15일에는 대기업·중견기업 간담회를 예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허심탄회한 대화와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타운홀 미팅’ 방식을 도입하고, 기업들의 질문을 미리 받아 충실한 답변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런 형식의 자리에서 솔직한 얘기를 나누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 부처의 지시 한마디로 기업이 휘청일 수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기존 정책의 고수를 천명한 상황이어서 어느 간 큰 기업인이 공개석상에서 직언을 하겠는가.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회견에서 “정부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되도록 하겠다”고 못 박아 놓았다. 자칫 문 대통령이 경제계를 향해 고용·투자를 늘리라고 윽박지르는 자리로 변질될 위험성마저 없지 않다. 실제로 중소·벤처인 간담회 때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투자만 당부했고, 청와대가 발표한 브리핑 자료에는 기업인의 쓴소리는 빠지고 자화자찬만 공개됐다.

그런데도 국민이 15일 간담회를 주목하는 것은 현실이 너무 절박하기 때문이다. 간담회에 참석할 지역별 상공회의소 회장 다수는 현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진단하면서 “노조·시민단체·정부 압박에 사업을 접고 싶다”고 했다. 이런 얘기를 대통령 앞에서 당당히 할 수 있고, 대통령도 현실을 직시하고 생각을 바꿔야 ‘쇼’ 아닌 진짜 간담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