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미세먼지>“밀어붙이기식 脫원전 정책, 국민건강 위협”

- 전문가들 정책수정 요구 빗발

“미세먼지는 국민건강과 직결
이념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돼”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덮친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정치권과 원자력계가 주장하는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에 대해 “원전 문제는 공론화위원회 논의를 거쳐서 정리된 사안”이라고 못을 박은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정책에 국가 경제는 물론 국민 건강까지 내팽개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부가 2017년 10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발표를 왜곡해 탈원전 정책의 근거로 삼고 있다고 비판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15일 “공론화위원회가 판단한 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였지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며 “당시 원전을 축소해야 한다는 여론조사가 있었을 뿐인데 이를 두고 ‘모든 원자력 발전을 하지 않기로 한다’고 해석한 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에 따라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미세먼지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으로, 이념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주의에서 ‘절대로 안 된다’라는 주장은 지지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완벽한 정책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국민이 미세먼지로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도 유연하게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계에서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다시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최근 미세먼지는 중국 쪽의 영향이 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해봐야 한다”며 “탈원전을 이야기하기 전에 새롭게 지어진 석탄발전소 등이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또한 “무연탄 발전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정부가 미세먼지의 악영향을 정확히 국민에게 설명하는 절차부터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미세먼지는 인체 건강에 매우 다양하고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국가적으로 의료 부담의 증가는 물론 개인적으로 경제적 손실과 삶의 질 저하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국가 차원으로 주된 원인인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발생원을 감소시키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손우성·이희권·이용권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