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아닌 ICBM폐기 협상땐 핵물질 총량파악·폐기검증 불가능”

신범철 아산정책硏 안보센터장
2차 미·북회담 ‘미니딜’ 우려

이르면 2월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이 포괄적인 비핵화 협상에서 후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일단 폐기하는 ‘미니 딜’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북 간 ‘미니 딜’로는 북한 비핵화의 핵심인 ‘핵물질 총량 파악’과 ‘폐기 검증’이 불가능해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15일 “비핵화의 핵심은 북한이 여태까지 생산한 핵물질의 총량을 파악하고, 핵 폐기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검증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ICBM을 폐기하는 수준에서 합의한다면 핵물질 제거와 비핵화 검증은 기약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핵물질의 경우 시료 채취를 하면 북한이 생산한 총량을 추정한 뒤 폐기·검증할 수 있지만, ‘미니 딜’에서 핵 신고가 빠지면 이 같은 절차를 밟을 수 없게 된다. 반면 ‘미니 딜’의 주요 내용인 ICBM은 현재 북한이 몇 개를 보유하고 있는지, 다시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검증하기 어렵다. 또 핵물질의 경우 폐기와 검증 과정에 대한 국제적 매뉴얼이 마련돼 있지만, ICBM은 느슨한 금지 조약만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ICBM 폐기가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핵 위협을 없애지 못한다는 점이 ‘미니 딜’의 가장 큰 허점이다. 국내 일각에서 북한이 ICBM을 폐기하면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ICBM 폐기의 상응 조치로 남북경협의 상징인 두 사업을 재개하면 북한 비핵화의 핵심 조치를 얻어내기 위한 카드가 남아있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신 센터장은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ICBM 폐기 딜을 할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이와 별개로 우리 정부는 핵물질 제거와 검증을 양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