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경제, 혁신만이 살 길이다>규제에 갇힌 韓온라인유통… 세계 100大 소매기업에 ‘全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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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활력 잃어가는 온라인 기반 유통산업

매출액 1000억 넘는 유통 기업
‘대규모유통업법’으로 일괄규제

아마존·징동닷컴 급성장하는데
韓기업은 국내서 역차별 우려도

세계 경제가 온라인 유통산업 등 신산업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임에도 ‘낡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규제 강화 일변도인 서비스업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 활력을 높여야만 시장 활성화를 통한 고용 확대 등의 산업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 해외 유통산업 통계에 따르면 세계 상위 100대 소매기업(2016년 기준)에 국내 온라인 유통 업체는 ‘전무(全無)’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와 코스트코, 크로거 등 기존 유통업체가 1~3위를 차지한 가운데 ‘아마존’이 6위에 올랐고, 중국의 ‘징동닷컴’이 28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온라인 기반 유통업체가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롯데 쇼핑이 40위에 올랐지만, 온라인 매출(2018년 기준, 7조~8조 원)만 놓고 보면 100위 권에 들지 못한다.

ICT 강국인 한국의 유통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활약을 못 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촘촘히 얽혀있는 유통규제 때문이다. 규제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 환경이 형성되면서 아마존·알리바바 등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경우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규모유통업법’에 의해 매출액 1000억 원이 넘는 유통기업은 온라인·오프라인 기업 상관없이 모두 동일 규제를 받는다. 이에 따라 온라인 유통 업체들도 납품업자와 계약 체결 즉시, 계약 사항이 명시된 서류(전자문서 포함)를 납품업체에 제공해야만 한다. 그러나 온라인 유통 업체의 경우 실시간 가격 비교로 하루에도 수차례 가격이 바뀌기 때문에 가격 변동 때마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불가능하다.

한 온라인 업체 관계자는 “해외 직구 등으로 온라인 쇼핑에서는 가격이 수시로 바뀌는데, 이때마다 공인인증서를 활용해 전자계약을 맺어야 하는 게 너무 어렵다”며 “정부가 사실상 지키기 어려운 법으로 잠재적 범법행위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픈마켓’이라 불리는 통신판매중개업자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불공평 논란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아마존과 타오바오 등 오픈마켓 형태가 주를 이루는 외국 온라인 유통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할 경우 오히려 국내 업체가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유통규제는 대규모 고용창출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최근 5년간 종업원 수 증가 상위 10대 기업’을 보면 무려 5개 유통 기업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복합쇼핑몰과 면세점 등을 의무휴업 대상에 추가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세계 각국은 유통규제를 철폐해 고용창출과 내수경제를 살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는 업종은 유통업이 유일하다시피 한데, 고용창출을 부르짖는 정부는 유통규제를 양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환·유현진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