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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16일(水)
美경제 낙관론 펼치던 파월… ‘돈 풀 수도 있다’ 시사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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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수의 글로벌 경제 이야기 - (27) ‘전미경제학회 콘퍼런스’ 통해 본 美통화정책

전·현직 Fed 의장 초청 행사
파월·옐런·버냉키 한자리에

파월“인내 가지고 경제 관찰”
‘올 2회 올리겠다’입장 뒤집고
당분간 금리 인상 중단 선언

버냉키 “시장이 징징거린다”
옐런 “내 금리정책 후회없어”

美금리따라 신흥국시장 요동
세계경제 또다른 위기 직면땐
Fed, 해법 찾기 쉽지 않을듯


#1. “절대로 내생성, 인과관계와 같은 단어를 대화에 올려서는 안 됩니다.” 점심때인데도 불구하고 대형 콘퍼런스홀을 가득 채운 참석자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우버(Uber)에서 시장설계를 담당하는 젊은 이코노미스트가 ‘기술기업에서의 경제학’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비경제학을 전공한 이들 사이에서의 생존법을 설파한 것이다.

매년 연초 전미경제학회(AEA)를 중심으로 55개 경제 관련 학회, 단체가 연합해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 가운데는 재외 내국인 경제학자의 학술단체인 한미경제학회가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있다. 금년 조지아주 애틀랜타시에서 사흘간 개최된 콘퍼런스에서는 전 세계 1만3000명이 넘는 경제 분야 종사자가 참석해 500개 이상의 프로그램과 2000편 이상의 논문이 발표됐다. 한편 콘퍼런스 기간 전 세계 이코노미스트들의 노동시장도 열린다. 박사학위를 앞둔 대학원생들, 이직을 원하는 이코노미스트들과 대학, 연구기관, 공공 및 정부기관 종사자들과 면담하는 구인·구직활동이다.

프로그램은 전통 경제학 분야와 중요한 경제현안으로 구성된다.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전미경제학회 콘퍼런스에서 존 테일러 교수는 자신의 학생뻘인 지역 연방준비제도(Fed) 총재들 앞에서 테일러 규칙(Taylor Rule)을 어긴 낮은 정책금리 때문에 위기가 일어났다고 격하게 Fed를 비난했다. 테일러 규칙은 Fed의 통화정책이 일정한 준칙에 따라 수행되고 있음을 밝혀낸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금년은 인공지능 분야 인력과 협업으로 실시간 인플레이션과 같은 유용한 경기지표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을 처음 선보였다. 공유경제 등 긱(Gig) 이코노미가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서 가계조사, 고용과 관련된 기존 통계의 문제점을 찾아내고자 하는 시도는 조만간 경제구조 변화를 수치로 보여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난 몇 년에 걸친 기술혁명의 파장-에이징, 고용, 임금, 불평등-은 핫 이슈다. 에이징→기술혁명의 인과관계는 인류사회가 얼마나 합리적인지를 보여주는 매우 설득력 있는 연구다. 한편 저임금 제조업을 중심으로 러스트 벨트가 미 전역으로 확대된 중국 무역충격의 이면에는 대신 고임금 서비스 고용이 확대된 사실이 보고됐다. 그러나 늘어난 서비스 고용이 러스트 벨트에서는 관측되지 않는 것은 외부충격이 고용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세대별, 지역별, 교육 정도에 따라 비대칭적이라는 속성을 다시 확인해 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2. 올해 콘퍼런스에서는 특이하게도 현재 글로벌 경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미 통화정책과 관련한 세 사람의 전·현직 Fed 의장의 인터뷰 행사가 개최됐다. 아마도 Fed의 금리인상 기조가 항상 연착륙을 담보하지는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1994년 금리인상은 비록 멕시코와 동아시아 국가들에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으나 적어도 자국은 경기침체 없이 연착륙했다. 이것은 중국의 외환 불안이 일어났던 2015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닷컴버블이 터진 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 미 경제는 내리꽂혔다.

“Fed의 금리인상이 해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 효과가 다시 미국의 성장을 끌어내린 반향효과(反響效果)가 컸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2015년 말 단 한 번에 그쳤다. 후회는 없다.” 전 의장 재닛 옐런의 발언이다. 2015∼2016년 중국의 외환 불안은 심각했다. 내·외국인의 자본유출이 광범위하게 일어났으며 위안화 환율안정을 위해 런민(人民)은행은 8000억 달러 가까이 보유 외환을 소진했다. 중국의 외환 불안은 실물경제로 이어졌으며 다시 교역국 미국의 산업활동, 고용, 성장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쳤다.

제롬 파월 현 의장은 “인내심을 가지고 경제가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관찰하겠다”고 말했다. Fed가 금리인상을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시장은 1월과 3월 금리 조정은 없을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 Fed 인사들은 3월 이후 금리인상의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파월 의장의 발언은 최근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단절되는 모습에 잠시 쉬어 가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작년 12월 또다시 금리를 인상한 Fed는 금년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리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와 같은 Fed의 인상 기조는 미국 경제가 조만간 인플레이션 갭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다. 12월 비록 인플레이션은 주춤했으나 고용은 월평균보다 무려 10만 명 가까이 증가했고 실질임금도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정반대다. 작년 주식시장은 10년 만에 최악의 해를 보냈으며 하락은 4분기 특히 12월에 집중됐다. 채권시장도 변동성지수(VIX)가 치솟은 10월 이후 장기금리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가도 10월을 정점으로 고꾸라졌다.

Fed의 금리인상에 금융시장이 급속히 얼어붙는 것은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Fed의 다수가 판단하듯이 너무 오랫동안 저금리에 익숙해진 금융시장이 패닉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금융시장이 실제로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을 반영할 개연성이다.


#3. “Fed가 너무 멀리 나가고 있으며 자칫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 지역 Fed 제임스 불러드 총재가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12월 금리인상으로 충분히 선제적 조치는 완료됐으며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한다면 오히려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소수의견이다. 선제적 통화정책이라 함은 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이 실제 문제가 되기 전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인하)하는 것을 의미하며 많은 중앙은행이 지향한다. 그는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지나치며 만약 경기가 후퇴할 조짐을 보인다면 금리인하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러드 총재는 수익률곡선 역전 가능성을 최초로 제기한 Fed 인사다. 수익률곡선은 국채의 만기별 연 수익률을 연결한 곡선인데 만기가 길수록 투자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만기할증이 붙어 수익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미래에 불황이 예상될 때 투자수요가 위축돼 장기금리는 하락하게 된다. 이때 만기할증 대신 만기할인이 적용, 단기금리보다 오히려 장기금리가 더 낮아져 수익률 곡선의 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1955년 1월∼2018년 2월 기간에 걸쳐 모두 9번의 공식적인 경기침체가 있었는데 경기침체에 앞서 모두 수익률곡선의 역전이 일어났다. 한편 수익률곡선 역전 후 2년 내 경기침체가 왔으며 1960년대 중반 한 번의 예외가 있었다. 경기침체 대신 경기후퇴가 발생한 것이다. 현재 수익률곡선의 역전은 일어나고 있지는 않으나 그림에서 보듯이 2017년부터 장·단기 금리 차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작년 10월부터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한편 수익률곡선이 미래의 경기를 예측하는 데 유용하지 않아 ‘이번엔 다르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벤 버냉키 전 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양적완화와 자본확충 등 강화된 금융규제로 수익률곡선이 왜곡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용성이 다소 떨어졌을 뿐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는 반론도 팽팽하다.

지난주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월스트리트저널(WSJ) 서베이 발표는 경기침체 위험이 명백히 커진다고 예상하고 있다. 우선 금년 경기침체 가능성이 25%로 1년 전보다 2배 늘었다고 봤다. 한편 중국 등 주요 교역국 경제 부진에 미국 경제가 영향받을 가능성을 3분의 2 이상으로 보았다. 더욱이 미 대선의 해인 2020년은 56.6%가 경기침체를 점쳤다. 장·단기 금리 차를 분석한 연구도 경기침체 가능성을 제시했다.


#4. 파월 의장은 콘퍼런스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자산축소정책을 변경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4분기부터 그 규모가 크게 늘어난 월 500억 달러 자산축소프로그램이 아무 문제가 없다던 12월의 발언에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같은 시기인 4분기에 들어와 시장 변동성은 급격히 높아졌으며 당일 그의 발언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투매한 촉매와 같았다. 많은 전문가는 자산축소프로그램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믿는다.

금리인상과 별도로 위기 전 8000억 달러에서 양적완화 조치로 4조5000억 달러까지 늘어난 Fed 자산을 줄이는 자산축소정책으로 현재 Fed 자산은 4조 달러로 줄었다. 한편 현금통화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위기 후 시작한 지준부리(支準附利)는 통화정책운용의 편이성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 적정 자산규모가 위기 전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이나 향후 자산축소규모는 민감한 이슈다.

Fed의 자산축소는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효과를 동반하기 때문에 단기자금조달시장과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양적완화가 신흥국에 막대한 자본유입을 동반했고 들어오는 돈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하자 빚이 크게 늘어났다. 반대로 (자산축소의 또 다른 표현인) 양적축소는 일부 신흥국에서 자본유출을 일으켰고 나가는 돈을 붙잡으려 금리를 높이자 이번에는 빚잔치를 벌였다(김경수의 글로벌 경제 이야기 19). 작년 6월 인도중앙은행 총재가 Fed의 자산축소를 비판하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은 신흥국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므로 비록 Fed가 금리인상 속도를 늦춘다 하더라도 현재의 자산축소가 계속되는 한 글로벌 유동성은 위축되고 신흥국의 외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WSJ 서베이와 달리 Fed는 미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본다. 금년은 작년보다 낮지만 여전히 장기추세보다 높은 2.3% 성장을 전망했다. 시장은 Fed가 미국 경제를 과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시장이 징징댄다고 맞섰다. 왜 시장과 Fed는 보는 눈이 다른 것일까. 이 다름은 국제통화기금(IMF)을 떠나는 조사국장 모리스 옵스트펠트가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고 있다’고 한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IMF는 금년 세계경제성장을 작년처럼 3.7%로 전망했으나 정작 그는 자신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찼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끊이지 않는 중국 경제에 대한 경고, 미국 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자유주의 경제질서의 퇴조, 국가주의와 포퓰리즘 대두 등. 이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10년 전과 달리 이를 극복할 역량은 크게 부족하다. 더 이상 국가 간 공조는 어렵고 통화, 재정 같은 거시경제 정책수단은 소진됐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감의 상실이 다름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Fed는 자신감을 계량화하지 않았다. 대신 시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뒤로 물러섰다. (문화일보 12월 26일자 22면 26 회 참조)

한국경제학회장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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