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갈등, ‘공공기관 지정’으로 비화

文정부들어 금감원 독자적 행보
삼바분식 이슈부터 곳곳서 이견

예산으로 금감원 길들이기 의심
금융위 “감사원 요청 전달할 뿐”

금융계 “어느 장단 맞춰야 할지
두 명의 시어머니 모시는 기분”

지난해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 결과 통보로 시작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갈등이 금융 현안을 넘어 공공기관 지정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실세 원장을 등에 업은 금감원과 상위 기관인 금융위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향후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잦은 갈등 노출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도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3급 이상인 상위직급(43%)의 비율을 줄이지 않으면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 결정에 상위직급 비율 문제가 핵심사항으로 떠오른 것 자체에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금감원은 상위직급을 금융 공공기관 수준으로 줄이라는 감사원(2017년 9월)의 지적에 대해 지난해 말 “향후 10년에 걸쳐 상위직급을 35%까지 감축하겠다”고 기재부와 감사원에 설명했고, 당시 기재부와 감사원이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그런데 갑자기 공공기관 지정을 앞두고 다시 상위직급 비율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3급의 절반가량이 금감원의 허리에 해당하는 수석 직급”이라면서 “일시에 상위직급 비율을 줄이려면 이들을 강제 퇴직시키거나 4급으로 강등시켜야 하는데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며 단계적인 감축안을 내놓은 배경을 설명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공공기관 지정에 갑자기 상위직급 비율이 핵심 사항으로 떠오른 데는 금융위원회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하다. 금융위가 공식적으론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지만, 조직과 예산으로 금감원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前) 정권 시절 금융위와의 혼연일체를 강조했던 금감원이 문재인 정권 이후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정책 추진에 나서면서 금융위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해석이다. 삼성바이오 회계 분식 이슈부터 금감원 예산·조직 문제, 최근 종합검사 추진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는 금감원의 관리·감독기관으로서 감사원의 요청사항을 금감원에 전달한 것일 뿐 예산과 조직에 대해 압박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금융당국 간 갈등이 계속되면서 금융사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할 때가 적지 않다”면서 “두 명의 시어머니를 모시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