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한 메이…‘새 브렉시트案’ 위해 野 설득 안간힘

英 총리 불신임 투표 부결

스코틀랜드국민당 등과 접촉
“노동당에도 문은 열려 있어”
‘백스톱’ 입장변화 있을지 주목

코빈 “메이정부는 ‘좀비정부’”

“오늘 밤, 정부는 의회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안도감 속에서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의 문을 열고 발걸음을 내디뎠다. 16일 하원의 정부 불신임안 투표가 반대 325표 대 찬성 306표로 부결된 지 2시간 45분이 지난 오후 10시쯤이었다. 그는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우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향한 길을 찾는 데 집중할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또 “의회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했고, 우리 모두는 이를 위해 함께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가에는 엷은 미소도 번졌다.

메이 총리는 “방금 자유민주당,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웨일스민족당과 건설적인 만남을 하고 왔다”며 “노동당 대표인 제러미 코빈이 지금까지도 회담 참여 결정을 내리지 않아 실망스럽지만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앞서 이날 오후 1시쯤부터 정부 불신임안을 두고 시작된 토론에서 “코빈 대표가 총리가 되는 것은 ‘국가적 재난’”이라며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코빈 대표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없어져야 할 조직이라 주장한 사람”이라며 그의 안보관도 꼬집었다. 반면에 코빈 대표는 조기 총선과 메이 총리 교체를 주장했다. 그는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에서 부결된 자신의 합의안이 영국의 노동자와 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는데, 그렇다면 국민에게 가는 것(조기 총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고정임기 의회법’은 ‘좀비 정부’를 지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총리는 통제력을 잃었고, 역사적이고 굴욕적인 패배를 맛봤다”고 강조했다. ‘고정임기 의회법’은 하원이 정부 불신임안을 통과시키거나 3분의 2 이상이 조기 총선에 동의할 경우 14일 이내에 새 내각에 대한 신임안을 의결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사회생한 메이 총리는 ‘플랜 B’ 마련을 위해 야당 지도자들과 만나 대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에서 가장 의회 반발이 심했던 ‘백스톱(안전장치)’과 관련해 어떤 변화가 생길지가 가장 핵심이다. 최근 의회에서 가결된 의회 의사일정 안을 존중, 승인투표 부결일로부터 3개회일 내인 오는 21일까지 제시할 계획이다. 플랜 B에 대한 2차 승인투표마저 부결되면 영국은 EU와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한 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에 직면하게 된다. 노딜 브렉시트를 우려하는 일부 야당 의원이 정부가 제시하는 플랜 B로 돌아설 수 있지만, 보수당과 노동당 일각에 이어 제3당인 SNP 역시 정부가 브렉시트 연기 및 제2 국민투표 개최를 선택지에 넣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